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엔화 대출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또 지난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엔화대출을 늘렸던 시중 은행들도 원ㆍ엔 환율 하락이 거래 중소기업들의 원리금 상환부담을 크게 줄여 대출금 회수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ㆍ엔 환율 급등으로 불거졌던 중소기업의 '제2 키코 사태' 우려도 다소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주말 기준 원ㆍ엔 환율은 100엔당 1,340원대로 올들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1,600원을 돌파했던 한달 전에 비해 250원 이상 급락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 엔화대출 상환부담은 3조7,500억원이나 감소하게 된다. 원ㆍ엔 환율이 하락세로 반전한 것은 일본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부상하면서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약세를 나타내는 반면 원화는 상대적으로 가치가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ㆍ엔 환율 하락으로 엔화대출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들은 환차손 감소와 엔화대출 평균금리의 하락을 기대하고 있다. 2008년 말 기준 외화대출 규모는 431억 달러로 전년대비 11.9% 증가했는데 이중 엔화 대출액은 전년보다 42.2% 급증한 165억 달러(1조4,980억엔)에 달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엔화대출 상환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던 중소 기업들에게 원ㆍ엔 환율 급락은 '가뭄에 단비' 역할을 하고 있다"며 "특히 원자재와 전자 부품을 일본에서 수입하는 기업들이 큰 혜택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ㆍ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은 물론 국민ㆍ신한ㆍ우리은행 등 시중 은행들이 올해 중 만기 도래하는 엔화대출금에 대해 만기를 연장해주기로 한데다 원ㆍ엔 환율마저 급락하면서 엔화대출 중소기업들이 한숨을 돌리게 된 것이다. 중소기업들은 원ㆍ엔 환율 하락이 엔화 대출 금리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엔화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일본 엔화에 대한 공급은 늘어나는 반면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은행들의 엔화자금 조달이 용이해지면서 엔화 대출 금리도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엔화 대출 평균금리는 2008년 말 6.06%로 2007년 말의 3.32%보다 2배 가까이 급등했으며 이 같은 추세는 지난달까지 이어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