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긴축 조치의 여파로 원ㆍ달러 환율이 큰 폭 하락하며 930원선에 턱걸이했다. 원ㆍ엔 환율은 9년7개월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위안화의 변동폭 확대에다 지난주 환율 급등에 따른 부담감으로 원ㆍ달러 환율도 당분간 하락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원ㆍ엔 환율은 엔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어 100엔당 750원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외환당국의 추가 개입 가능성 때문에 외환시장도 치열한 눈치보기에 들어가면서 원ㆍ달러 환율은 925~935원에서 박스권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원ㆍ엔 환율 9년7개월 만에 최저 기록=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4원 떨어진 930원10전으로 거래를 마쳤다. 중국이 위안화 변동폭을 종전 0.3%에서 0.5%로 확대한 후 위안ㆍ달러화 환율이 하락세를 보이자 원ㆍ달러도 하락한 것. 조선업체의 대규모 신규 수주 소식도 수출업체의 매도세를 유도했다. 중국의 긴축 정책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선전한 점도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외환당국의 개입에 대한 경계감으로 매수세가 일부 유입됐지만 원ㆍ엔 환율이 추가 하락하면서 손절성 매도세가 촉발됐다. 이에 따라 원ㆍ엔 환율은 이날 오후3시 현재 100엔당 766원92전을 기록하며 지난 97년 10월24일의 762원64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환율 당분간 박스권 형성할 듯=이 같은 환율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이날 “원ㆍ달러 환율이 수급 장세로 박스권 내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의 위안화 변동폭 확대로 하락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 폭은 제한적이라는 게 대다수의 전망이다. 전종우 SC제일은행은 이코노미스트는 “그동안 중국증시의 과열로 중국 정부의 억제조치를 어느 정도 예상했고 금번 조치로 위안화의 즉각적인 절상도 시기상조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히려 최근 외환시장 개입 이후 외환당국의 행보에 더 민감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조휘봉 하나은행 자금운용부 차장은 “원ㆍ달러 환율의 경우 930원선에서 공방이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원ㆍ엔 환율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류현정 씨티은행 외환자금팀장은 “935원을 중기 고점으로 두고 925원 정도에서는 매수세가 붙는 박스권이 형성될 것”이라며 “원ㆍ엔 환율은 저점을 파악하기 힘들어 950원대까지는 내려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위안화 급락 가능성은 낮아=중국 정부가 급격한 위안화 절상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는 점도 원화 강세의 폭을 제한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18일 위안화 환율의 일일 변동폭을 확대한 게 미국 의회의 압박을 의식한 ‘외교적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더 많다. 중국 인민은행은 10일 ‘2007년 1ㆍ4분기 통화정책보고서’에서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내수확대 등 근본적인 구조조정 정책에 역점을 두고 환율 정책은 보조적으로 사용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바 있다. 실제 위안화 환율의 일일 변동폭이 ±0.3%였을 때도 가장 높은 상승률은 11일의 0.22%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중국이 현재의 위안화 절상 속도(연 4~5%)를 유지한 가운데 해외증권투자 확대, 기업ㆍ금융 기관의 해외진출 지원 등을 통해 환율을 안정시키려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중국이 미국의 불만을 의식해 위안화 절상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찮다. 골드만삭스와 메릴린치는 위안화 가치가 앞으로 13개월 동안 달러에 대해 7.0위안까지 9.6% 절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22~23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리는 제2차 미ㆍ중 전략경제대화에서는 양국간 무역 불균형 문제가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여 위안화 절상 압력도 한층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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