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소비자의 권리를 향상시키는 판례를 잇달아 만들어내 보험사에게는 ‘저격수’로 통하는 박기억(사시 38회ㆍ백두합동ㆍ사진) 변호사가 또 다시 ‘일’을 내고 말았다. 최근 생명보험 가입시 피보험자(보험 대상자)의 자필 서명이 없어도 명시적 동의가 있었다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이끌어 낸 것. 이번 판결은 자필서명이 없으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온 보험사의 관행에 제동을 걸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앞서 박 변호사는 지난 2004년 소비자가 자동차보험에 가입할 때 ‘교통사고 가해자가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면 보험사는 ‘자기신체사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약관 내용을 설명하지 않을 경우 약관과 정반대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받아내 보험사의 ‘약관 설명의무 위반’ 관행에 경종을 울렸다. 당시 판결은 박 변호사가 보험사의 잘못된 계약행태를 고쳐보겠다며 무려 6년간 무료로 사건을 맡은 끝에 얻어낸 것이어서 더욱 빛을 발했다. 이 때문에 박 변호사는 보험소송 시장에서 ‘판례 제조기’라 불린다. 보험사는 보험 법리에 해박한 박 변호사를 영입하기 위해 고액 연봉을 제시하며 ‘러브 콜’을 하고있지만 박 변호사는 단호히 거절하고 있다. 그는 “현재 보험계약은 법리 지식이나 자본 측면에서 약자인 소비자가 절대 불리한 위치에 있을 수 밖에 없다”며 “돈벌이를 떠나 현저히 잘못된 계약 관행을 뜯어고치고 공평한 시장 규칙을 세우기 위해 소비자 대리를 계속해서 맡겠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