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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위기 다시 힘모으자] (4) 공생의 길 찾자
입력2000-12-04 00:00:00
수정
2000.12.04 00:00:00
[국가위기 다시 힘모으자] (4) 공생의 길 찾자
노사정 모두 한발양보…고통분담해 난국풀어야
지금 우리경제는 망망대해에서 기관고장으로 표류하는 배와 같다. 주가지수는 연초보다 절반이상 떨어졌고 외국 투자가들은 국내시장을 불신하고 있으며 안정세를 보이던 원화마저 요동치기 시작했다.
정부의 구조조정에 노동계는 장외투쟁을 외치고 정부는 엄단경고로 맞서고 있다. 노동계와 정부의 접점없는 대치는 한국경제의 앞날을 불안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극한 상황으로 치닫던 노사정간의 관계가 한국전력의 전격 파업철회를 계기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소위 '동투'로 대변되는 노동계의 구조조정에 대한 반발이 완전히 사그라진 것은 아니다.
왜 지금 경제위기의 책임과 희생을 오롯이 근로자들만 감내해야 하느냐는 항변은 충분히 이유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 노동계는 대승적 차원에서 현 위기를 살펴봐야 한다.
경제 전문가들은 "고사직전의 우리경제를 살리기 위해 당장 필요한 것은 노ㆍ사-정이 다시 IMF 정신으로 돌아가는 길 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누구의 잘못 때문이냐고 따지는데 시간을 낭비하지말고 먼저 경제 살리기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제조건이 있다. 노ㆍ사-정간의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부가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지금 사회도처에 나타나고 있는 노사, 노정간의 갈등도 따지고 보면 '상생의 구조조정'에 대한 원칙과 합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원덕 노동연구원장은 "부실경영과 부정경영에 대해 엄격한 책임을 물어야 고통분담의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노동계가 구조조정을 불가피하다고 여기면서도 반발하는 것은 무엇보다 정부가 대기업이나 공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임의적인 잣대를 적용하는 원칙의 상실과 무대책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공기업의 경우 개혁의 대상인 낙하산 경영진이 오히려 구조조정의 칼자루를 휘두르고 있는 현실은 노동계를 반발하게 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김재원 교수(한양대ㆍ경제학)는 "구조조정은 우리가 추진해야 할 불가피한 과제이지만 당국의 실업대책이 먼저 선행되어야 근로자들의 반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정부가 단순히 위기만 넘기려는 유혹을 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사 양측이 국가와 경제라는 좀 더 큰 목표를 생각하는 마음도 절실하다. 조승혁 한국노사문제협의회장은 "사용자들은 근로자들을 존중하고 생활을 안정시켜 협력을 얻어야 한다는 인간중심의 경영철학을 가져야 한다"면서 "최소한의 이해와 설득을 선행해 노조와 공통분모를 찾는 노력이 아쉽다"고 말했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책임은 정부가 크다.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거치면서 솔직한 경제정책을 펴기보다 구조조정을 고용조정 없이도 할 수 있다는 듯한 무책임한 자세를 보였다. 세상이 변하면 마음까지 바뀌어야 하지만 정부의 안이한 태도는 근로자들에게 세상의 흐름을 정확하게 보는 눈까지 멀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노동계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김태기 교수(단국대ㆍ경제학)는 "대안 없이 반대만 하거나 현실성 없는 요구로 일관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에서 눈에 보이는 이익에만 급급 하는 것은 허상을 좇는 것과 같다.
노동운동을 선과 악, 적과 동지라는 흑백논리로 풀어나가는 것도 고쳐야 한다. 뜨거운 가슴만으로 변화에 적응할 수 없다. 국민들이 수긍할 수 있는 논리를 모색하는 것이 한국 노동계가 풀어야 할 숙제다.
박상영기자
입력시간 2000/12/04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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