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시장서 돌풍 일으킨 '엄청난 차'
[시승기] 기아차 뉴쏘렌토R세련된 외관·코너링 뛰어나 K9 적용 액정 계기판 눈길저속 순발력·색상은 아쉬움
화성=맹준호기자 next@sed.co.kr
현대자동차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신형 '싼타페'가 판매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기아자동차도 중형 SUV '쏘렌토R'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차인 '뉴 쏘렌토R'을 내놨다.
뉴 쏘렌토R은 신형 싼타페와 '형제차'다. 싼타페에 적용한 플랫폼을 채용했고 엔진 라인업도 2리터와 2.2리터 디젤로 같다. 형제끼리 내수 시장에서 치열한 다툼을 벌이게 됐다.
그러나 조금만 깊게 보면 이 경쟁은 의미심장하다. 두 차의 경쟁이 치열해 질수록 한국GM '쉐보레 캡티바', 르노삼성 'QM5', 쌍용차 '렉스턴W' 등 동급 경쟁회사 차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게 된다. 현대차와 기아차를 한 회사로 본다면 싼타페와 쏘렌토의 다툼은 경쟁차를 완전히 코너에 몰아넣는 전략이 된다. 두 차가 같은 플랫폼을 쓰고 있으니 원가효율도 대단히 높을 것이다.
뉴 쏘렌토R 2.2리터 모델의 최상위 트림을 경기도 화성 일대에서 시승했다.
외관에서 앞모습은 새로울 게 없다. '호랑이코' 그릴과 헤드램프가 일체형으로 짜여진, '포르테'나 'K5'에서 보던 익숙한 모습이다. 뒷모습은 기존 차보다 훨씬 세련되고 젊은 모습으로 변했다.
시동을 걸면 가장 먼저 계기판이 가장 눈에 띈다. '슈퍼비전 클러스터'라고 불리는 전자식 액정 계기판이다. 최근 'K9'에 적용한 전자장비다. 연비, 속도, 주행가능 거리, 타이어 공기압 등 정보가 문자와 그림으로 표시될 뿐 아니라 길 안내도 나온다. 계기판 문자 정보는 음성으로도 안내된다.
얌전하게 속도를 높여봤다. 시속 80㎞에서 1,800rpm 정도가 나오는데 100㎞, 120, 140㎞까지 높여도 rpm이 2,400 정도를 넘지 않는다. 디젤 차가 고속에서 이처럼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다니 놀라운 일이다.
서스펜션은 다소 단단하고 그에 따라 코너링은 승용차 수준으로 야무지다. 시승 코스 중에 유난히 과속방지턱이 많았는데 유럽차를 몰 때처럼 아주 조심조심 넘어야만 했다.
저속에서 순발력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고속만큼의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 액셀레이터를 조금만 밟아도 기어가 킥다운되며 요란한 모습을 보인다.
쏘렌토는 국내 중형 SUV 중 최고 수준이고 유럽 수준의 디젤 기술을 구현한 차라는 게 종합적인 느낌이다. 형제차인 싼타페와 비교한다면 첨단 사양 등을 고려할 때 쏘렌토가 한 수 위라고 하겠다.
아쉬운 것은 색상이다. 화이트, 실버, 블랙의 3대 기본색 외에는 '코스믹블루'라는 네이비 계열 컬러만이 기아차 스스로 '타겟 고객층'이라는 30대 후반에게 어필할 만하다. 고를 수 있는 나머지 색상인 브라운, 그레이, 그린 계열은 모두 우중충하고 올드한 느낌이다.
차값은 2.0 모델이 2,645만원부터 3,595만원, 2.2 모델은 3,051만원부터 3,813만원이다. 트랜스미션은 모두 6단 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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