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극빈층 신용불량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자산관리공사에 대한 한국은행의 저리 자금융자가 한국은행법에 저촉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편법성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신불자를 지원하는 것은 해외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한국은행 내에서도 반대의견이 적지않다. 27일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자산공사는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중 신용불량자에 대한 불량채권을 시장가치의 50% 가격으로 금융기관으로부터 사들일 예정이며 이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 최대 760억원가량을 한국은행으로부터 저리에 공급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자산관리공사는 금융기관이 아닌 만큼 한국은행으로부터 직접 대출받을 수 없기 때문에 산업은행을 거쳐 자금을 공급받게 된다. 현행 한국은행법 제64조는 ‘한은이 금융통화위원회가 정하는 바에 따라 금융기관에 대해 여신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기관이 아닌 자산관리공사는 한은의 여신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한은은 자산공사가 아닌 산업은행에 대출해주는 것이므로 형식적으로는 한은법에 저촉되지는 않는다”고 전하고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자산공사에 자금을 공급하는 것인 만큼 한은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신불자 지원자금은 기존의 저리자금인 ▦총액한도대출 ▦일시부족자금대출 ▦일중당좌대출 ▦유동성조절 대출 등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면서 “따라서 금통위가 신불자 지원자금 대출을 승인할지가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더욱이 한국은행법 제64조는 금융기관 대출기간을 1년 미만으로 제한하는 등 장기대출을 금지하고 있어 자산관리공사의 대출만기를 정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은 내에서는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정부 정책(극빈층 신불자)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기류가 강하게 흐르고 있다. 민간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발권력을 동원해 신불자를 지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면서 “편법을 동원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떳떳하게 재정을 통해 지원하는 것이 더 낫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신불자 대책은 국가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불가피하다”면서 “한은의 자금지원은 산은을 통해 이뤄지는데다 국가경제에도 긍정적인 기여를 하는 것인 만큼 그렇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지난 3월23일 발표한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중 신용불량자 지원 방안의 경우 사실상 원리금 탕감방식을 택한 데다 금융권에 적잖은 부담을 안겨 줘 도덕적 해이 조장과 신 관치라는 논란이 일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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