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획재정부는 소득 하위 40% 계층이 자주 구입하는 52개 생활필수품에 대한 물가동향을 특별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물가급등에 따른 가계의 소비지출 부담을 줄여 가계생활의 안정화를 돕겠다는 취지다. 이처럼 가계의 소득과 지출이 얼마나 늘고 줄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통계지표가 바로 ‘가계수지통계’다. 가계수지통계는 가구의 소득 규모 및 변화 추이, 연령 및 학력별 소득 정도, 소득분배 정도 등의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가계수지통계는 통계청이 전국 9,000개의 표본가구를 대상으로 매월 ‘가계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평균해 매 분기마다 발표한다. 가계수지통계는 지난 1963년부터 작성됐다. 그러나 초기에는 통계의 지역과 대상이 도시근로자가구(도시지역에 거주하는 임금근로자 가구)로 제한됐다가 2003년부터 도시 임금근로자뿐만 아니라 자영업자도 포함한 전국 가구(농어업 가구 제외)에 대한 가계수지통계가 제공되고 있다. 가계수지통계의 핵심 중 하나는 가계의 소득분배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 가계수지통계에 기초한 대표적인 소득분배 지표인 ‘지니계수(Gini coefficient)’를 공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니계수는 이탈리아의 코라도 지니(Corrado Gini)가 개발한 것으로 가계수지통계를 기반으로 소득 불평등도를 0에서 1 사이의 수로 나타낸다.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한 상태이며 보통 0.4가 넘으면 소득 불평등이 심한 것으로 본다. 통계청의 ‘가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도시근로자가구의 지니계수는 1997년 외환위기 전후가 뚜렷하게 대비된다. 1997년까지는 0.3을 넘지 않던 지니계수가 1998년 급격히 상승해 0.3을 넘어섰고 잠시 주춤하다가 2003년부터는 해마다 상승해 2007년에는 0.35를 기록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전반적인 소득 불균등이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지니계수는 가장 널리 쓰이는 소득분배 측정방법이지만 전 계층의 소득분배 상태를 하나의 숫자로 나타내고 있어 특정 소득계층의 소득분포 상태를 나타내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지니계수가 같다고 해도 여러 분배 형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니계수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소득분배의 불평등도의 지표로 ‘5분위 소득 배율’이라는 보조지표가 있다. 5분위 소득은 가구를 소득 순으로 나열한 다음 최하위 가구부터 최상위 가구까지 5구간 또는 10구간으로 등분해 각 구간별 소득을 평균한 금액이다. 따라서 구간별 가구 수는 전체 가구 수의 20%가 된다. 여기서 소득이 가장 낮은 쪽의 구간이 1분위이고 가장 높은 쪽의 구간이 5분위이다. 따라서 5분위 소득 배율이란 최상위 20% 계층의 소득이 최하위 20% 계층 소득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수치이다. 5분위 소득 배율로 본 우리나라의 소득분배는 지니계수와 흡사한 추이를 보이고 있다. 도시근로자의 5분위 소득 배율은 외환이기 이전 5.0을 넘지 않았으나 현재는 5.5에 육박해 외환위기를 전후해 급격한 ‘소득 양극화’가 진행됐음을 알 수 있다. 2007년 현재 도시근로자 5분위 소득 배율이 5.44라는 의미는 상위 가구 20% 소득이 하위 가구 20% 소득보다 5.44배 많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의 경우 소득 5분위 배율은 1990년 12.2에서 2006년 14.8로 증가했고 지니계수는 1990년 0.43에서 2006년 0.47로 증가해 한국보다 소득격차가 더 큰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 소득격차가 더욱 확대됐다는 것은 ‘성장 없는 분배’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앞으로 가계의 소득격차가 필요 이상으로 커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정부의 조절정책이 요구된다. 소득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 경제의 성장활력을 불어넣어 사회 전체에 많은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둘째는 적정소득이 보장되도록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고용의 질을 높여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의료ㆍ교육ㆍ노후 등 다양한 사회안전망 구축으로 소득격차에 대한 완충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결국 적절한 성장과 분배가 함께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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