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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7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 6만4,141달러로 세계 3위(한국 24위)를 기록하며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로 선정됐던 아이슬란드. 그랬던 아이슬란드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정점이던 2008년 10월 세계에서 가장 먼저 무너져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처지로 몰락한 이유는 바로 금융의 자유화ㆍ개방화 때문이다. '늙은 유럽의 청년'으로 불렸던 아이슬란드는 어업과 알루미늄 제련에서 나온 돈을 굴리기 시작하며 비극의 서막을 열었다. 1991년 외환 통제를 풀었고 외국인 투자 유치를 강화하는 등 금융시장을 대폭 개방했다. 문을 활짝 열어놓은 아이슬란드의 금융업은 정부의 의도적인 고금리 정책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유럽 대륙의 유동성은 높은 이자를 찾아 아이슬란드로 몰려들었고 아이슬란드의 은행들은 돈놀이(인수합병(M&A), 해외투자)를 시작했다. 실제 아이슬란드의 최대 은행 카우프싱은 2004년 덴마크의 FIH은행을 13억달러에 사들이는 등 자산을 부풀렸다. 아이슬란드 3대 은행의 자산은 2007년 말 11조3,530억코루나로 당시 아이슬란드 국내총생산(GDP)의 9배가 넘었다. 바다 건너 들어온 돈은 아이슬란드의 주가와 부동산 등 자산시장을 흥분시키며 아이슬란드 사람들을 부자로 만들었다. 물론 빚도 가장 많았다. 마냥 성장 가도를 달리던 아이슬란드 경제에 결정타를 가한 것은 월가에서 시작한 금융위기. 글로벌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은 아이슬란드 은행들의 돈줄을 막았고 빚은 높은 이자와 함께 눈덩이처럼 불어갔다. 특히 단기 외채가 외환보유고의 15배에 이를 정도로 허약해진 금융허브의 고리는 순식간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아이슬란드는 금융 자유화와 개방의 함정에 빠지며 무분별한 해외자본 차입과 허술한 외환보유고 관리에다 정부의 외환시장 운영 실패라는 요인까지 겹치며 빠르게 붕괴했다. 꿈 같은 짧은 번영을 누린 아이슬란드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외국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아이슬란드 경제는 순식간에 무너졌다. 크로나화는 1년 만에 무려 82.7%나 폭락했고 5,000포인트를 넘던 주가는 800선으로 주저앉았으며 1% 남짓하던 실업률은 6%까지 치솟았다. 아이슬란드 국민들은 평생 갚아도 갚지 못할 빚더미 위에 앉게 됐다. 아이슬란드 몰락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은행의 이자율을 때로는 무려 15%까지 높게 올려 해외에서 돈을 끌어들이며 빚을 늘렸고 정부는 풍부한 해외유동성에 경제성장률이 올라가자 화폐 가치 상승을 용인했다. 허술한 외환보유고 관리도 몰락의 원인이다. 경제규모가 작을수록 해외투자자는 충격에 바로 대응하는 만큼 정부의 예금보장이 중요하다. 하지만 아이슬란드 중앙은행은 외환보유고를 충분히 확보하지도, 관리하지도 못했다. 아이슬란드의 경험은 외부 충격으로 내부의 부실이 드러날 경우 자유화ㆍ개방화가 어떻게 경제를 삼켜버리는지 확연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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