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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사채발행 어려워 “돈가뭄” 심각/한보부도… 금융권 보증기피

◎자금수요 늘어나는 4∼5월 연쇄부도 우려한보철강 부도이후 금융기관들이 회사채 지급보증을 기피하고 있는데다 정부마저 금융기관의 지급보증 규모를 축소할 방침이어서 기업들이 회사채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사채시장에서는 어음취급 금지업체 명단이 적힌 괴문서마저 나돌고 있어 가뜩이나 어려운 기업들의 자금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최근 재정경제원은 한보그룹에 과도한 지급보증으로 큰 손실을 본 대한보증보험에 차환을 제외한 신규지급보증을 당분간 중단하도록 전화로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재경원은 경쟁적 지급보증으로 대형 부도가 있을 때마다 피해를 입고 있는 증권사의 신규지급보증을 조만간 허용될 CP(기업어음)중개업무 개시일부터 금지하는 방침도 내부적으로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금융기관의 감독을 맡고 있는 정부가 금융기관의 부실화를 막아보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증권전문가들은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며 『이같은 정부당국의 방침은 자금수요가 늘어나는 4∼5월에 연쇄부도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최근 한보부도의 직접 당사자격인 은행은 물론 대부분 지급보증기관들은 과거 대형 부도사태 이후 그랬던 것처럼 회사채 지급보증에 지극히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D증권사 관계자는 『대부분 지급보증기관들은 10대그룹 계열사라도 선별해서 지급보증을 해주고 있는 지경』이라며 최근의 자금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종합금융회사들도 이미 보증한도가 소진돼 먼저 발행한 회사채를 상환하기 위해 발행하는 차환발행분을 제외하고 새로운 지급보증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이같은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와중에 지난 96년 지급보증시장의 26%를 차지했던 대한보증보험의 신규지급보증을 막고 증권사마저 차환용 지급보증만을 하게 한다면 기업들의 장기자금 조달창구가 마비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그나마 우량대기업들은 다가올 자금시장의 난기류를 예상한 듯 3월중에 회사채를 발행하겠다고 너나없이 나서면서 신청물량이 사상최대치인 3조8천억원에 달하는 기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대기업들의 자금사재기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사채시장에서는 수십개에 달하는 어음취급 불가업체 명단이 적힌 괴문서가 나돌고 있어 기업들, 특히 중소기업들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있다. H증권 관계자는 『남는 것 없는 지급보증업무를 하지 않게 된다면 우리로서도 바람직한 일』이라면서도 『그러나 보증기관을 찾지 못해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별도의 조치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최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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