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울 때까지 기다려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최근 장편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심취한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박 전 대표는 지인으로부터 32권짜리 대형 역사물로 유명한 ‘도쿠가와 이에야스’ 전집을 선물로 받았다고 한다. 그는 이 책에 푹 빠져 조금씩 읽어나가다 선물한 이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고맙다. 잘 읽고 있다”고 감사 인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8월 당내 대선 경선 패배 이후 정치적 행보를 자제하고 있는 박 전 대표여서 대형 역사물은 어느 때보다 매력적인 소일거리라는 게 주변 얘기다. 하지만 일본 전국 시대 영웅의 정치 역정을 그린 이 책이 박 전 대표에게는 또 다른 의미일 수 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새를 울게 만들었다면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새가 울 때까지 기다렸다고 한다.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일본의 정치 영웅에 대한 묘사는 경선에 패한 뒤 대선판에서 한걸음 떨어져 정국을 관망 중인 박 전 대표의 지금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도쿠가와는 도요토미 아래에 있으면서 사소한 굴욕에 연연하지 않다가 도요토미가 죽자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의 일족과 측근들을 없애고 막부 시대를 열었다. 박 전 대표의 요즘 행보는 극도로 신중하다. 선출직 최고위원 선거에서 잡음이 일자 당내에서는 이 후보 대 박 전 대표의 대리전 구도가 벌어질 가능성을 점쳤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직접 전화를 걸어 김무성 의원을 주저앉혔다. 또 이명박 당 대선후보 측이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권을 사실상 박 전 대표에게 일임하자 박 대표 측은 이날 “그러면 김무성 의원이 그 자리를 맡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정치적 계산에 따라 이 후보 측 제안을 거절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양측의 반목은 여전히 잠복해 있다는 평가다. 이 후보 측은 박 전 대표 측에 대해 “이 후보가 낙마하기를 기다리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반면 박 대표 측 인사들은 “패자에 대한 배려는커녕 궁지에 몰아넣으려고만 한다”고 반발, 갈등이 사그라질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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