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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이번 달 지급할 선박 연료비도 없다.' 해운 업체들이 당장 배를 운항할 연료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 잇달아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다. 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경기침체로 물동량이 급감, 실적이 악화되면서 돈줄이 막히자 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나서면서 올 들어 6대 해운사들이 발행한 회사채만 2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한진해운, 현대상선, STX팬오션 등 대형 선사들마저 올해 1ㆍ4분기에 영업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해운 업체들의 사채 발행은 지속될 전망이다. ◇운영자금 부족…사채발행 잇달아= 한진해운은 지난달 27일 3,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조달한 자금은 현재 운항중인 선박 197척의 5~7월 연료비로 지출할 예정이다. 한진해운은 앞서 지난 2월12일과 19일에도 각각 2,000억원,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었다. 한진해운 측은 "해운업의 특성상 선박 운항과 관련해 발생하는 연료비 및 용선료는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이라면서 "향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조기에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회사채를 발행했다"고 밝혔다. STX팬오션도 지난 2월 1,500억원을 조달한데 이어 5~7월 연료비를 마련하기 위해 오는 8일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한다. 현대상선도 지난달 3,200억원 등 올들어 총 5,6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으며 SK해운, 유코카캐리어스 등도 각각 2,800억원, 2,000억원을 조달했다. 연초 이후 이들 6대 해운사가 발행한 회사채만 1조8,400억원으로 2조원에 육박할 정도다. 오는 8일로 예정된 STX팬오션의 2,000억원 사채 발행이 이뤄질 경우 이들 6대 해운사의 총 발행금액은 2조400억원으로 2조원을 넘어선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이에 대해 "해운 업체들은 중장기 관점의 투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하루하루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다"고 배경을 말했다. ◇대형 선사들 1분기 줄줄이 적자 예상=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해운사들은 올해 1ㆍ4분기에 줄줄이 영업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해운사들의 1분기 실적 발표는 이번 달 둘째 주로 예정돼 있다. 특히 컨테이너 운임지수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어 컨테이너선 비중이 큰 대형 선사들도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1ㆍ4분기 한진해운은 1,034억원, 현대상선은 311억원, 대한해운은 1,04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STX팬오션도 236억원 영업흑자가 예상되나 일부 증권사에서는 적자로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세계 해운시장은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향후에도 불안한 흐름은 이어질 전망"이라면서 "국내 해운업계의 1ㆍ4분기 영업실적은 적자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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