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이머징마켓의 자금 유출입 규제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해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9일자에서 IMF 이코노미스트들이 이머징마켓에 규제나 세금을 이용해 막대한 자금 유입을 통제하라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자산 거품 현상과 다른 금융시장의 혼란이 발생할 수 있음을 우려한 것으로 과거자본 유입 통제에 반대하던 입장에서 선회한 것이다. IMF는 '자본 유입:통제의 역할'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민간투자가 일반적으로는 성장에 도움을 주지만 과도하게 빠른 자본 유입 증가는 급격한 호황과 이후의 불황을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지난 6개월간 브라질과 칠레ㆍ말레이시아 등 이머징 국가들이 자본 통제로 금융위기에 따른 피해를 줄였는지를 조사한 IMF는 "글로벌 경기침체 때 자본 통제는 급격한 경기변동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유입되는 자본에 대한 적절한 세금 부과, 중앙은행에 무이자로 예치된 외화 자본 규모에 대한 제한, 외화 대출을 줄이기 위한 규제 등이 급격한 자금 유출입에 따른 경기변동을 제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 "또 통화절상 같은 '전통적인' 자본 통제책도 자본 유출입 속도를 조정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너선 오스트리 IMF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시장 구조가 덜 위험한 곳은 신용 호황과 거품 붕괴 사이클을 겪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적절한 자본 통제가 한 국가에서 투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가기 어렵게 만들어 금융시장의 취약성을 줄여준다"고 말했다. IMF는 그동안 자본 흐름은 자유로워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 2007년 7월 로드리고 드 라토 당시 IMF 사무총장은 태국 방콕에서 가진 연설에서 "자본 통제는 비효율적이 돼가고 있으며 국제 투자가 입장에서도 쉽게 피해갈 수 있게 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이 같은 IMF의 판단이 다소 수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풀이했다.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 때 IMF의 자본 통제 반대를 비판했던 자그디시 바크와티 컬럼비아대 교수도 IMF의 시각이 바뀐 것을 환영하면서 "안 하는 것보다 늦더라도 (변화)하는 게 낫다"라고 말했다. 금융위기를 거치며 글로벌 투자자본의 이머징마켓행(行)이 눈에 띄게 늘면서 한국ㆍ중국ㆍ대만ㆍ싱가포르 등에서는 자산 버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IMF는 다만 자국 통화의 저평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자본 통제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는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에 대한 경고가 분명하다고 WSJ는 전했다. IMF는 그동안 위안화가 저평가됐다면서 미국ㆍ유럽 등과 함께 위안화 절상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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