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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기업들 '사외이사' 영입난
입력2001-02-11 00:00:00
수정
2001.02.11 00:00:00
세계기업들 '사외이사' 영입난
수요급중불구 처우낮고 업무강도 높아'기피'
'사외이사를 잡아라'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사외이사를 영입하느라 혈안이 되고 있다. 폭넓은 의견을 수렴한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경영상태를 독립적으로 감독하기 위한 사외이사의 역할과 이들에 대한 수요는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막상 이사회에 참여하겠다는 사람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시사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 최신호(10일자)는 지난 10년동안 미국 기업들의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중이 66%에서 78%로 늘어나는 등 선진국부터 개도국에 이르기까지 사외이사의 영향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미국의 근로자 복지관리 기구인 '캘리포니아 공공 근로자 퇴직 시스템(CalPers)'은 이사회 멤버 가운데 상임이사는 최고경영자(CEO) 한 명이면 족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 이사회의 90% 이상을 경영에서 독립된 외부 인사로 채워야 한다는 주장을 펼칠 정도.
경영에서 독립적인 사외이사에 대한 필요성은 개도국에서 더 높게 일고 있다. 컨설팅회사인 맥킨지가 최근 각국 기관투자가들에게 경영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는 기업의 주식을 매입하는데 어느 정도 프리미엄을 지불할 수 있을 수 있는지 조사한 결과, 가장 높은 프리미엄을 책정한 국가는 평균 28%에 달한 베네수엘라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사외이사 비중이 높은 기업이라면 28%의 웃돈을 얹어 주고라도 주식을 매입할 의사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수요가 급증하는 것과 달리, 기업들이 노리는 '유능한' 사외이사를 구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근본적인 원인은 사외이사의 역할이 대폭 증대된데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은퇴한 유명 정치인이나 기업인들이 회사 경영진의 '거수기'역할을 하는데 그쳤던 사외이사는 이제 기업의 인사 및 장기전략 수립 등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역할 증대와 함께 업무량이 크게 늘어난 것. 조사관인 콘/페리는 92년 당시 미국의 사외이사들이 이사회 활동에 들인 시간은 연간 95시간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두 배 가까운 173시간이 소요됐다고 밝혔다. 때문에 회사측이 영입하려는 유능한 현직 기업인들은 시간 부담 때문에 사외이사 자리를 고사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경기 둔화와 함께 기업들의 경영상태가 안좋아지자, 많은 기업들은 자사 경영진이 다른 업체의 사외이사를 겸직하는데 대해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잭 웰치 회장이 임원들의 다른 회사 이사 겸직을 못하게 한 것을 시작으로, 상당수 대기업들은 경영진이 2개 이상 기업의 사외이사에 앉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이밖에 사외이사에 대한 처우가 업무 강도에 걸맞게 나아지지 않은 것도 문제다.
이처럼 사외이사의 어깨가 무거워지고는 있지만, 이사회에서 사외이사의 역할과 비중을 높이는 것이 실제로 경영개선 효과를 일으키는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 하지만 논란에도 불구하고 기업 이사회내 '외부인'들의 목소리는 앞으로도 당분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신경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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