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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들 추석선물 ‘조심조심’

추석 연휴를 사흘 앞둔 7일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입구. 택배 배달원이 휴대폰으로 정부 중앙부처 A국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택배가 왔는데 집 주소가 OO동 OO호가 맞나요?”(배달원) “어디서 보낸 어떤 물건입니까.”(A국장) “보내는 사람은 정확하게 잘 모르겠고 갈비 세트입니다.”(배달원) “그럼 안받습니다, 요즘 분위기도 안 좋고 해서..., 수취거부로 처리해 돌려보내 주십시오.”(A국장) 참여정부 출범이후 5월부터 시행중인 공무원 행동강령이 적용되는 첫 명절인 추석절을 맞아 본보 기자들이 7일 하루동안 정부 중앙부처 실세 국ㆍ실장 6명을 선별해 확인한 결과 대부분의 공직자들은 고가선물은 받는 대신 저가선물만을 받고 있으나 일부 공직자들은 여전히 고가선물도 수령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무원 행동 강령상 직무와 관련해선 3만원 이상, 직무와 관련이 없더라도 5만원이상의 선물을 받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다. 서울 강북에 살고 있는 중앙부처 B국장은 이날 3차례 걸려 온 택배 배달원들로부터 일일이 발송자를 확인한 뒤 친구가 보낸 참기름 세트는 받았지만 보낸 사람이 불분명하고 가격이 비싸 보인 물건은 돌려보냈다. B국장은 “뇌물성격이 아닌 것과 평소 친하게 지낸 지인이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정으로 보내는 선물은 받고 있다”며 “집사람에게도 배달원이 연락이 오면 꼭 나한테 확인을 거쳐 수신여부를 결정하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한진택배 서초점 직원 이모(35)씨는 “판검사들이 많이 사는 서울 서초동 삼풍아파트 등에 주로 과일, 갈비, 한과, 굴비세트 등의 선물 배달이 많은데 종종 고급 술과 골프채가 포함됐던 예년 명절에 비해선 단가가 많이 낮아진 것 같다”며 “공직자들은 확실히 선물을 꺼리는 분위기인 것 같으나 신원이 확실한 사람이 보낸 것은 고가라 하더라도 받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공직자들이 이처럼 문제가 될 만한 선물을 받는 데 대해서는 신경을 곤두세우지만 공무원 행동강령을 철저히 지키지는 않고 있다. 서울 동작구의 중앙부처 C국장의 집 앞 계단에는 추석 선물로 받은 것으로 보이는 우체국 택배, 아로마 종합선물 세트, 홍삼선물세트 등 빈 상자 4개가 쌓여 있었다. 대부분 직무와 관련이 없더라도 받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는 5만원을 넘어서는 상품들이다. C국장은 “칼로 무 자르듯 일일이 가격을 따져서 선물을 받기는 힘들다”면서 “이번 추석을 보내다 보니 공무원행동강령이 조금 비현실적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공무원 행동강령 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단 택배선물을 거부하지 않고 거의 받는 공직자도 없지 않았다. 서울 근교에 거주하는 중앙부처 D국장 집에 고급한과세트를 배달하고 나온 한 택배 배달원은 “전화를 했더니 곧바로 집으로 가지고 오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 아파트 경비원도 “D국장님 댁에는 하루에 10차례정도 선물 배달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반영하듯 롯데백화점 식품부 관계자도 “본점의 경우 하루 1만5,000건의 선물배달이 접수되는데 수취거부를 하는 사례는 고위 공무원 등 하루 3,4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준택기자, 고성호기자, 김명수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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