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반도체 업황의 호조가 계속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확산되면서 반도체 장비·소재 업체들의 주가가 가파르게 뛰어오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호황 속에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설비투자 확대에 난이도 높은 미세공정 전환에 따른 장비가격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올해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사상 최대 실적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반도체용 가스제조 업체인 OCI머티리얼즈(036490) 주가는 올 들어 38% 뛰어오르며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OCI머티리얼즈의 급등은 반도체 시장의 호황 속에 반도체 제조공정에 사용되는 삼불화질소(NF3)의 공급은 수요에 비해 여전히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수익성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추정한 OCI머티리얼즈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무려 3배 이상 늘어난 220억원에 달한다. 올해 영업이익을 바라보는 증권사들의 전망치도 지난해보다 137% 증가한 523억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지난 6일 올해 영업이익이 595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목표주가를 기존 7만7,000원에서 8만5,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홍성호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OCI머티리얼즈는 지난해 4·4분기 계절적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9개 분기 만에 20%대의 영업이익률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도 반도체 미세공정 확대에 따른 NF3 수요 증가와 모노실란 공장 정상화 등으로 수익성이 더욱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 후공정 업체 STS반도체(036540)도 반도체 업황 호조에 힘입은 지난해 영업이익의 흑자전환 전망에 올 들어 36.4% 상승했다. 이관수 흥국증권 연구원은 "STS반도체는 반도체 패키지의 크기를 최소화하는 범핑 사업의 본격화와 해외 고객사 매출 증가로 외형과 수익성 개선이 동시에 이뤄질 것"이라며 "지난해 영업흑자 전환에 이어 올해는 순이익 부분에서도 흑자전환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STS반도체는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0% 가까이 늘어난 602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 지난해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이는 에이티세미콘(089530)과 지난해 12월 상장한 시스템반도체 개발 업체 에이디테크놀로지(200710), 반도체 테스트 장비 업체 테스나(131970) 모두 올 들어 30% 안팎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나란히 신고가를 경신했다. 특히 테스나와 지난해 흑자전환이 예상되는 티엘아이(062860)는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두 배가 훨씬 넘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황준호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과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한정돼 있던 반도체 장비·소재 업체들의 공급처가 해외로까지 다변화되면서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진검승부 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다"며 "특히 높은 난이도를 필요로 하는 미세공정 전환에 따른 장비 가격과 임가공비 등이 오르면서 관련 기업들의 부가가치도 높아지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올해 국내 반도체 대기업의 투자확대 방침도 반도체 장비·소재 업종에 대한 투자매력을 높여주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 부문의 시설투자에 14조3,000억원을 쏟아부었던 삼성전자는 올해는 연간 최고 수준인 15조원의 투자를 집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4조원대 후반을 투자한 SK하이닉스 역시 올해는 역대 최대인 5조원대의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올해 D램 투자는 전년 대비 39% 늘어난 139억달러, 낸드 투자는 13% 증가한 118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힘입어 올해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은 전년보다 6% 증가한 659억4,000만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소재 산업은 미세공정 전환 어려움에 따른 공정 스텝 수 증가와 3차원(3D) 낸드 공정 도입 등 반도체 소자 업체들의 사용량 증가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올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신규 라인 가동과 미세공정 전환 가속 등에 힘입은 안정적인 실적성장이 부각되면서 주가가 크게 도약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