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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노동당 압승의 의미(사설)

지난 1일 실시된 영국의 총선은 예상대로 야당인 노동당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에따라 영국은 앞으로 5년간 40대의 젊은 기수 토니 블레어가 이끄는 노동당호로 항진하게 됐다.이번 총선에서 존 메이저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의 참패는 일찍부터 예견되어 있었다. 보수당은 지난 79년 마거릿 대처 집권이후 「대처리즘」으로 대변되는 철저한 보수·우경화로 영국병을 치유하고 경제를 활성화, 나라를 안정시켰다. 그러나 대처의 후광을 업고 등장한 메이저는 장기집권에 따른 당 소속 의원들의 잇단 스캔들및 부패, 유럽통합 등 대외정책을 둘러싼 갈등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채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노동당에 정권을 내주었다. 영국의 총선결과는 여러가지 관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영국국민들이 변화를 택했다는 점이다. 18년간이나 계속된 보수당의 장기 집권에 염증을 느끼고 젊고 강력한 지도력을 지닌 블레어를 내세운 것이다. 블레어는 구소련의 몰락으로 이데올로기가 종언을 고한 상황을 재빨리 받아들여 노동당의 정강정책에서 좌익이념을 삭제하는 대담성을 보였다. 그는 특히 과거 노동당이 내세워 온 국영기업의 민영화반대·노조옹호·세금인상 및 재정확대 등의 정책노선과 결별을 선언, 중산층속으로 파고 들었다. 그는 한술 더떠 「새로운 영국」 「강력한 영국」을 건설하기 위해 대처리즘을 계승해 나가겠다고 약속, 국익에는 여야가 없음을 강조했다. 전통적으로 런던의 증권시장은 노동당이 승리할 경우 주가가 폭락했었다. 그러나 총선 당일인 1일 노동당의 압승이 예고돼 있음에도 불구, 주가지수는 전날보다 0.2% 포인트 상승, 올 최고기록을 0.7%포인트 상회하는 이변도 낳았다. 블레어의 등장은 또 독일과 프랑스 두나라에 의해 주도되어 온 유럽연합(EU)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보수당은 영국의 장래가 EU에 달려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당내에 뿌리깊게 남아 있는 「대륙과의 분리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대해 블레어는 과세·안보·외교분야에서는 개별국가 거부권을 유지토록하고 경제통화동맹(EMU) 가입을 위해서는 경제수렴조건과 함께 국민투표등의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블레어는 이번 선거의 압승으로 의회내의 유럽통합 반대파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스러운 입장에 서게 되어 EU내에서 독·불 양국과 주도권을 둘러싸고 다툼도 예상된다. 영국총선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냉전체제 붕괴에 따른 서구 정당들의 보수·우경화현상이다. 이번에 노동당이 승리한 것은 블레어의 개인적인 인기에 힘입은바 크지만 노동당이 「신노동당」의 기치를 내걸만 큼 보수당의 정강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다. 특히 경제전쟁의 시대에 나라의 이익을 보수당보다 앞세운 점은 눈길을 끈다. 이번 총선에 출마한 후보자의 평균선거 비용이 4천파운드(한화 약 5백80만원)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우리에게는 배울점이다. 역시 영국은 의회 민주주의 상징으로서 본받을만한 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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