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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스토리] 10·10 깡통계좌 정리

'깡통계좌 정리 단행'을 보도한 1990년 10월 10일자 서울경제신문 기사


1990년 10월10일 새벽 2시. 전국 25개 증권사는 일제히 '깡통계좌 정리'에 돌입했다. 아침 동시호가에 증권안정기금이 받아줄 반대매매 물량의 입력을 시작한 것으로 새벽 6시에야 완료됐다.

1985년 이후 800%의 상승세를 보이며 1,000포인트를 돌파했던 코스피지수는 1990년 들어 급락세로 돌아선 후 9월에는 559포인트까지 추락했다. 주가 하락에 따라 연초 2조5,000억원에 달하던 신용융자 금액은 손절매와 담보부족 상환 등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여전히 1조1,000억원이라는 부담스러운 규모였고 더군다나 신용담보 130% 미만인 계좌가 3만4,809개, 팔아도 상환할 수 없는 100% 미만 계좌가 1만4,854개에 달했다.

재무부는 증시침체 원인 중 하나가 깡통계좌라고 단정하고 9월8일 증권사 사장들로 하여금 '자율결의'라는 형식을 빌려 '깡통계좌 일괄정리'를 발표하게 했다. 증권감독원은 이행하지 않는 증권사에 대한 제재도 예고했다.

10월10일 개인투자자들의 대규모 궐기대회가 예고됨에 따라 증권거래소 주변에는 전경 2개 중대가 배치돼 투자자들의 출입을 막았다. 각 증권사는 출입문에 청원경찰을 배치, 출입자의 신분을 철저히 확인하는 한편 객장의 시세판을 작동시키지 않는 등 투자자들의 시위에 대비했으나 큰 충돌은 없었다.



아침 동시호가에 처리된 반대매매 물량은 951억원으로 증권감독원에서 파악한 2,400억원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증권사들이 현실적으로 정리하기 어려운 계좌는 여러 가지 구실을 붙여 구제해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괄매각에도 불구하고 1,190억원의 신용융자금 중 239억원이 회수되지 못했다. 각 증권사들은 '채권회수전담반' 등을 운영했고 민사소송 등 분쟁도 이어졌다. 깡통계좌 정리 2주 만에 코스피지수가 800포인트까지 오르며 30%가 넘는 폭등세를 보이자 갈등의 골은 더 깊어져 갔다.

1990년 10월의 깡통계좌 정리는 60여년의 한국증시 역사에서 큰 오점으로 남는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은 이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신용이나 미수 등의 위험성에 대해 뼈저리게 알게 됐고 투기와 투자를 구분하게 됐다. 또한 모든 투자의 판단과 책임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체험했다. 큰 비용을 지불하고 얻은 과거의 '실패'가 미래의 투자에 있어 '자산'으로 남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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