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한국 신용등급 하락 대응책/심광수 산업은행 부총재보(시론)

최근 미국의 신용등급 평가기관인 S&P사와 무디스사는 우리나라의 금융기관과 공기업에 대한 신용등급을 한단계씩 낮추었고 또 한차례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신용등급의 하락은 불안정한 국내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으며 국제금융시장에서도 파급효과가 커 국책은행이 발행한 채권의 수익률이 하루에 1백bp(1%)이상이나 폭락하는 전례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은 94년 미국·북한간의 제네바협정 체결을 계기로 한반도에서 전쟁위험이 없어졌다는 인식에 힘입어 한단계 상향조정된 바 있으며 96년에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과 더불어 등급상승이 예상되기도 했다. 그러나 올들어 국내의 정치,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신용등급이 오히려 하락한 것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일반적으로 양호한 투자대상으로 인식되는 장기신용등급은 S&P사의 경우 AA, 무디스사 A1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그 이하로 하락했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나라의 금융기관이나 기업이 국제금융시장에서 차입 할 때는 전체적으로 금리, 기간 등 차입조건이 나빠지게 됨은 물론 등급에 따라서는 차입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신용등급 평가기관이 지적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문제점은 먼저 최근 수년간 단기외화채무의 급격한 증가로 단기 유동성관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대기업의 도산에 따른 금융시스템의 불안정과 이로 인해 정부의 부담이 클 것이라는 점과 북한사정을 들고 있다. 어느 것 하나 단기적으로는 치유될 수 없는 것이어서 신용등급이 단시일내에 다시 상승하기는 쉬운 일이 아닐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신용등급 하락을 충격으로만 받아들여 비관만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첫째로 신용평가기관의 이번 조치가 우리나라에 대한 단기적 신용위험을 지적하고 국제금융시장에 사전경고하고자 하는 의도이며 우리나라의 중장기적인 경제기본(Fundamentals)이나 잠재력에 대해서는 비교적 높은 평가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용평가등급 하락 그 자체에만 예민한 반응을 보일 것이 아니라 우리 경제의 장기적인 가능성을 제시하여 점진적으로 대외적인 신인도를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둘째, 그동안 국제금융시장에서 우리나라의 금융기관이나 기업은 소위 「한국주식회사」라는 공동체에 속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기관별로 차입조건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각 기관의 능력에 따라 신용도가 차등화되고 이 신용도에 따라 등급이 높은 기관과 낮은 기관이 구분되어 개별기관별로 지급이자율이 달라지게 되었다. 자체 신용에 따라 제 값을 치르는 시장원리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러한 원칙은 비단 국제금융시장에서 뿐만 아니라 국내시장에서도 점진적으로 확산될 것이다. 일본의 경우에도 부실채권으로 초래되었던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비로소 금융기관의 신용차등화가 이루어지고 국제금융시장에서도 이른바 일본 프리미엄이 진정되는 등 안정을 되찾고 있다. 셋째, 신용등급은 신용공여에 있어서 참고하는 여러가지 기준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며 전부는 아니라는 점이다. 즉, 비록 신용등급이 해당기관의 차입금 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지표가 되기는 하나, 차입조건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차입조건은 이외에 개별기관의 영업특성, 자금수급과 정치, 경제, 사회적 환경 등이 시장에서 종합적으로 평가되어 결정된다. 예컨대 일본흥업은행에 대한 S&P사 신용등급이 90년 AAA에서 96년에 A로 크게 하락하였으나 이 은행이 국제금융시장에서 차입하는 조건은 AA급인 우리나라보다 양호한 상태이다. 또 말레이시아도 같은 사정이다. 이러한 양호한 차입조건은 이들 국가 또는 기관의 해외차입이 많지 않다는 것과 정치, 경제, 사회적 안정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금융기관이나 기업으로서는 차입조건을 개선함에 있어 신용등급에만 연연할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안정화를 바탕으로 개별적인 내실화와 영업력 향상에 보다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넷째, 신용등급 평가기관이나 외국인투자가들이 지적하는 우리 금융기관, 기업의 심각한 문제점중 하나는 기업의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신용평가를 걱정하기 전에 투명성 확립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가장 많이 지적되고 있는 것은 재무제표의 공시내용이 실제와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인데,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은 정확한 규모를 알기 어렵고 기업의 재무제표도 분식된 것이 많다는 인식이 외국인투자가에 널리 퍼져 있다. 재무상황이 일관된 회계원칙에 의하여 투명하게 공개되는 것이 중요하며, 문제점은 문제점으로 적시하고 그 해결방안과 대책이 사실대로 설명될 때 자연적으로 대외적인 신인도도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성업공사 부사장 (내정자)>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