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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를 왜곡시키는 사교육비(사설)
입력1997-03-22 00:00:00
수정
1997.03.22 00:00:00
우리 사회에서 「과외망국론」이 나온 것은 자유당 때 부터다. 이에 대한 처방으로 5공시절 무자비한 과외단속이 펼쳐졌다가 6공들어 흐지부지 된 뒤 지금에 이르렀다. 자원이란 사람밖에 없고 교육으로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에서 학생들의 교육받을 기회를 국가가 강제로 박탈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논리가 과외를 풀어놨다. 그럼에도 지금 5공식의 과외단속에 향수를 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과외가 가계 및 국가경제에 미치는 주름살이 심각함을 말해준다.새 경제팀은 사교육비를 물가상승의 주범으로 지목, 이를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사교육을 교육의 문제에서 사회경제적인 문제로 파악하기 시작한 것이다.이를 바로잡을 방안의 하나로 고급TV과외를 도입하는 방안이 정부 일각에서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이른바 「족집게」과외교사를 고액의 출연료로 초빙해 TV과외교습을 하게한다는 것이다. 고액과외의 혜택을 전국의 모든 학생들에게 평균적으로 베푼다는 것이다. 일응 그럴듯한 발상이다.
교육이 평준화되면 이를 벗어나려는 계층이 나오게 마련이다. 그것이 과외가 뿌리 뽑히지 않는 최대 이유이다. 아무리 「족집게」교사가 나오더라도 그를 능가하는 교육수요를 만들어내는 것이 과외의 속성이다. 이것이 고급TV과외로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공교육에 미칠 역작용만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과외의 폐해는 심각하다. 최근 한 통계에 의하면 94년기준 우리나라의 사교육비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5.7%에 이르는 17조4천여억원이라고 한다. 이는 공교육비의 5.5%보다 많다. 공·사교육비를 합치면 선진국보다 교육투자가 적지도 않은데 교육현실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이같은 투자의 왜곡은 공교육을 황폐화하고 경제활동에도 악영향을 준다.
우리 사회는 전반적으로 활력을 잃고 있다. 사회의 활력은 왕성한 경제활동의 원천이 된다는 점에서 극히 우려할 현상이다. 활력을 잃고 있는 원인 중에는 과외비의 부담이 큰 몫을 차지한다. 봉급생활자 중에는 월급의 절반 이상을 과외비로 지출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과외비를 벌기 위해 주부가 파출부를 한다거나, 법관이 법복을 벗고 변호사로 나선다거나, 집을 줄인다거나, 은행 빚을 낸다거나하는등의 얘기는 이 시대의 우울한 에피소드이다.
가계는 너나없이 과외비의 부담에 짓눌려 있다. 인생에서 30∼40대는 노후를 설계하며 저축을 늘려가는 것이 정상이다. 그럴 자금이 사교육비로 다 들어가 적자인생을 살아가는 사회가 활력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부는 고급TV과외 보다는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취직위주의 교육으로 바꾸는 획기적인 대책을 세워야한다. 대학에 갈 적성이나 능력이 안맞는 학생은 중고등학교때부터 취업교육을 통해 자립시키는 방안이 강구돼야한다. 가계를 과외의 질곡에서 해방시키는 것이야 말로 경제살리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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