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가 국산콩 생산과잉에 따른 수급정책 실패를 적합업종 지정 탓으로 왜곡하고 있어 감사원의 감사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업계에서는 국산콩 생산량이 2011년 12만9,394톤, 2012년 12만2,519톤에서 지난해 15만4,067톤으로 늘어 공급과잉이 된 책임을 농림부가 회피하기 위해 이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농림부는 "두부 적합업종 지정으로 대기업이 국산콩 수매를 줄여 콩 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동반성장위원회에 두부를 적합업종에서 제외해 줄 것을 요구해왔다. 농림부는 대기업 수매량이 적합업종 지정 전에 비해 급격히 줄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재훤 농림부 식량산업과장은 "2011년 11월 적합업종 지정 이후 대기업이 사던 걸 안 사니까 문제가 생겼다"며 "두부에 사용되는 국산콩이 1만9,000톤으로 대기업이 사가는 양인데 올해 1만1,000톤(예상치)으로 정확히 8,000톤이나 줄어 기존 구매량에서 50% 가량 줄어든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과장은 대기업 수매량이 8,000톤, 즉 50%나 줄었다는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대기업의 수매량은 2010년산 1만4,216톤, 2011년산 1만3,259톤, 2012년산 1만2,682톤, 2013년산 1만1,600톤(예상치)으로, 적합업종 지정 전에 대기업은 1만9,000톤이 아닌 1만4,000톤 가량의 국산콩을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식량산업과 담당 직원조차도 이 과장 주장의 잘못을 지적했다. 그는 "1만9,000톤은 전체 두부 제조기업의 수매량으로 이중 대기업은 1만4,000톤, 나머지는 농협 등 기타가 5,000톤을 사들였다"고 밝혔다. 또 대기업의 구매 감소량은 매년 1,000톤, 전년대비 6% 수준으로 국산콩 전체 생산량에 비하면 1%에도 못 미쳤다.
아울러 농림부는 대기업만 국산콩을 쓰고 중소기업은 전혀 쓰고 있지 않다는 허위 주장도 되풀이하고 있다. 식량산업과 직원은 "중소기업은 국산콩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수입콩만 쓰고 있다"며"중소기업의 국산콩 사용량 2,000톤이 있긴 한데, 이는 대기업의 OEM물량일 뿐"이라고 딱 잘랐다. 이 수치에 대한 구체적 근거를 요구하자 그는 "기준 연도도 출처도 명확치 않아 잘 모르겠다"며 "아마 aT(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조사를 한 것 같다"고 둘러댔다.
하지만 중소기업인 한그루식품, 강릉초당두부 등은 국산콩 100%로 만든 자체 브랜드 제품 '우리콩두부'등을 시중에 팔고 있다. 황성하 연식품협동조합연합회 전무는 "중소기업은 국산콩으로 두부를 안 만든다는 농림부 얘기는 잘못된 것"이라며 "아주 영세업체는 국산콩이 비싸서 안 쓰지만, 규모를 갖춘 곳은 국산콩 두부를 만들어서 자사브랜드로 팔거나 대기업에 OEM 납품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농림부는 CJ 등 대기업이 직접 적합업종과 콩 수매량 감소는 상관이 없다고 해명했음에도 불구, 믿지 못하겠다며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이 과장은 "대기업은 비축량도 많고 콩값이 비싸 안 샀다고 하면서 앞으로는 더 살 거라고 얘기하지만 신뢰 못하겠다"며 "대기업 입장에서는 두부가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다른 대기업들이 못 들어와 누리는 이점이 있어 적합업종에 반대하지 않고 있다"고 강변했다.
사정이 이렇자 두부업계는 농업 정책 실패로 인한 잘못을 애꿎은 적합업종 탓으로 돌리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콩 농가가 어려운 직접적 원인은 정부가 생산장려로 콩 생산량을 늘리고, 시장 개방으로 수입산에 비해 비싼 국산 농작물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게 근본원인"이라며 "책임만 떠넘기지 말고 지금이라도 문제의 핵심을 파악해 농가를 살리기 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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