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직장인 이혜진씨는 주말에 미국드라마(미드)를 다운로드 받아 보는 재미에 흠뻑 빠져 있다. 평일에는 업무로 시간을 낼 수 없는 탓에 많게는 10편이 넘는 시리즈물을 몰아서 한 번에 시청한다.
드라마나 만화 등을 1편부터 보기 시작하면 끝까지 다 봐야 직성이 풀리는 이른바 '빈지 와치(Binge-Watch)'가 모바일 콘텐츠 시장을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모바일 유료 콘텐츠 가운데 주문형비디오(VOD) 다운로드 비율이 최근 3년 동안 2배 이상 급증한데 비해 게임은 3배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SK플래닛에 따르면 T스토어 유료콘텐츠 전체 다운로드 중 VOD와 만화·전자책(e-book)·음악 카테고리는 해마다 증가한 반면 게임은 크게 줄었다. VOD는 2011년 전체 다운로드의 17%에 불과했으나 이듬해 30%로 늘었고, 올해 10월말 기준 37%까지 증가했다. 연말에는 4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만화와 전자책도 같은 기간 7%에서 11%, 25%로 빠르게 늘었다.
유료 다운로드 10건 중 6건 이상이 VOD나 만화 등인 셈이다. VOD 증가는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본방송이 아닌 재방송 형태로 시청하는 이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빈지 와치와 같은 콘텐츠 소비행태가 확산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신지형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부연구위원은 "과거에는 방송사 스케줄에 맞춰 영상 콘텐츠를 시청했다면 요즘은 자신의 스케줄에 맞춰 보는 경향이 많다"며 "빈지 와치가 늘고 있고 TV가 없는 제로(zero)TV 가구의 증가도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닐슨에 따르면 미국내 제로TV 가구는 2007년 201만 가구에서 지난해 501만 가구(전체가구의 5%)로 2.5배 증가했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반면 게임은 2011년 전체 다운로드의 41%를 차지했으나 2012년 26%로 줄었고 올해에는 11%로 뚝 떨어졌다. 게임 비중 감소는 개별 게임에서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제공 게임 중심으로 이용자 패턴이 변화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VOD를 보기 위한 유료가입자 수도 갈수록 증가세다. KT의 올레TV 모바일 유료가입자는 2011년 12만 명에서 2012년 25만 명, 올해 10월 40만 명을 넘었다. KT는 3년 내에 유료 가입자 500만 명 확보를 목표로 정했다. SK텔레콤의 B TV 모바일 또한 올해 초 대비 가입자는 2배 이상, 사용량은 5배 이상 늘었다. 이통사들은 모바일 콘텐츠의 시장 확대에 따른 맞춤형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모바일 콘텐츠 이용 방식의 다변화에 맞춰 T프리미엄 포인트를 통해 월정액 요금 부담을 없애고, MBC와 SBS의 지상파 채널을 내년 1월부터 제공하는 등 콘텐츠 확대를 추진 중이다. 또 하루 2기가바이트(GB), 한 달 최대 32GB의 접속 데이터를 제공하는 B TV 모바일팩(월9,000원)을 출시하는 등 고객들의 데이터 사용료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