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25일 약 3주 예정의 해외출장 도중 돌연 귀국했다. 이는 라 회장이 당일 오전까지 신한지주의 핵심 주주층인 일본주주들을 사흘여간 만난 직후여서 그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한 중대 결심을 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라 회장은 당초 싱가포르를 거쳐 지난 23일 일본 도쿄에 도착한 후 26일 오후까지 현지의개인ㆍ기관투자 및 현지 교포들의 대표단체인 민단 관계자들을 만나 최근 경영진간 분쟁으로 촉발된 신한지주 사태수습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라 회장은 25일 오후 이후의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귀국, 오후 3시20분께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라 회장은 도착 직후 기자들에게 “이사회에서 봅시다”라고 짧게 말하고 입국장을 떠났다. 그는 자신이 전일 재일교포 주주들과 만나 신상훈 신한지주 사장을 고소한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신 사장에게 사과한 적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라 회장은 귀국 직후 말을 아꼈지만 오는 30일 정기 이사회에서 거취에 대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한층 짙어지고 있다. 전일 도쿄 한 호텔에서 다른 주주 등과 함께 라 회장을 만났던 한 사외이사는 2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라 회장이 거취문제에 대해 상당히 고민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어제 자리에서 도쿄 주주들은 대체로 라 회장의 조기 퇴진을 반대하는 모습이었지만 그렇지 않은 의견도 있었다”며 주주간 의견이 분분함을 시사했다. 그는 “(어제 회동에서) 라 회장에게 ‘한국 여론과 재일교포주주들의 목소리를 잘 받아들여서 사리사욕 없고 이해관계가 없는 그런 생각으로 바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라 회장에게 ‘금전관계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일부 (재일교포) 주주들의 잘못된 조언에 휘둘리지 말라’고 충고했다”며 “이해관계가 있는 주주들은 아무래도 라 회장의 퇴진을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재일교포 사외이사 4명은 정기이사회 전에 사전 모임을 갖고 사태수습을 위한 의견 조율을 하기로 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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