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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의 취향과 사업(한국 기업문화를 찾아서)
입력1997-11-22 00:00:00
수정
1997.11.22 00:00:00
박원배 기자
◎개인 성격이 기업성장 원동력/현대개척정신 무장 저돌·투박/코오롱“낭비는 죄악” 자장면 회장/동양절약·신용 생명 「개성상인」/거평경리 밝아 M&A 능력 발휘「저돌적이고 투박한 기업문화」하면 떠오르는 곳이 현대그룹이다.
뿌리는 그룹 창업자인 정주영 명예회장이다. 창업, 사업확장, 사업스타일 등 모든 면에서 정명예회장이 보여주는 모습은 개척정신과 투박함으로 무장한 저돌성이다. 이것은 지금까지 현대의 성장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최근 「현대문화가 변하고 있다」는 기사가 보도된 적이 있다. 부드러움을 강조하는 예절교육을 실시한다는 게 그 내용. 현대정유, 현대석유화학, 현대정유판매 등 3개사는 지난 10일부터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친절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오는 28일까지 계속되는 이 교육에서 임직원들은 1인당 16시간씩 ▲전화받기 ▲표정관리 ▲말하기 ▲인사 ▲고객 응대 ▲명함 주고받기 ▲화장 ▲걷기 등 직장생활과 관련된 각종 예절을 익히고 있다.
현대정유 관계자는 『무한경쟁시대에 더이상 거친 사풍이 자랑일 수는 없다』며 『이제 「현대맨」들도 부드럽고 세련된 사람이라는 인식을 고객들에게 심어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현대의 저돌적문화가 단점이란 뜻은 아니다.
부드러움을 강조함으로써 강함을 더욱 강조할 수 있다.
이동찬 코오롱그룹명예회장은 「자장면회장」으로 유명하다. 웬만한 자리에서도 자장면으로 식사를 할 정도로 구두쇠 경영자란 뜻이다. 근검절약을 평생의 신조로 삼아왔다. 몇 십년된 슬리퍼를 아직도 신고 있을 정도다. 이러다보니 이 그룹에서 낭비란 죄악으로 통한다.
동양화학그룹의 창업자인 이회림 명예회장은 개성상인이다.
개성상인은 절약과 신용을 생명으로 한다. 상여금을 장기저축통장으로 지급했던 것은 그룹에서「전설」로 남아 있다. 이 정신은 기업문화에 고스란이 전수돼 있다. 임직원들의 책상에 있는 볼펜은 검은 색과 붉은 색, 단 두자루뿐이며 칼이나 지우개같은 용품은 부서에 하나씩 있을 정도.
나승렬 거평그룹 창업자는 계수에 밝다. 롯데삼강을 비롯한 몇몇 업체의 경리부에서 풍부한 현장근무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러다보니 어떤 회사의 경영상황을 파악하는 데는 특별한 능력을 발휘한다. 거평은 인수합병으로 30대그룹에 진입했다. 거평에서는 숫자를 중시하며 이질적 문화에 대한 포용성에서는 국내 어떤 기업보다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박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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