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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분양 아파트 "땡처리 하세요"
입력2000-11-09 00:00:00
수정
2000.11.09 00:00:00
미분양 아파트 "땡처리 하세요"
수십가구 일괄구입 수요자에 되팔아
경기침체로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면서 남대문이나 동대문의 의류시장처럼
아파트를 '땡처리'하는 기현상(奇現象)이 나타나고 있다.
주택업체들과 협상을 통해 분양가보다 20~30% 이상 낮은 가격에 수십가구, 많게는 100가구 이상의 준공된 미분양 아파트를 일괄 구입한 후 수요자들에게 되파는 것이 아파트 땡처리의 기본 구조.
최근에는 구입한 미분양 아파트의 내부를 최신 유행 마감재를 사용하고 구조도 수요자의 기호에 맞도록 아예 리모델링해 시장에 내놓는 땡처리 업체도 있다.
◇수십억원 이상 현금동원 능력 과시= 최근 용인 등 수도권 일대 아파트 미분양 물량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주택업체들에 수십가구 이상의 아파트를 현금으로 일괄 구입할 테니 30~40% 가격을 낮춰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아파트 한채당 가격을 1억원씩만 잡더라도 땡처리 업체들은 수십억원의 현금 동원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다.
벽산건설의 한 관계자는 "최근 천안에 건립한 아파트 300가구를 일괄 구입할 테니 가격을 분양가 대비 40% 깎아줄 수 있느냐는 문의를 받았다"며 "가격 할인 폭이 너무 크고 신빙성이 떨어져 거부의사를 밝혔지만 미분양 물량으로 고민중인 입장에선 귀가 솔깃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주택업계에서는 내년의 예금부분보장제를 앞두고 일부 큰 손들이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아파트 땡처리에 나서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활동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제가격을 주고 산 기존 분양자들의 민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주택업체들이 이들의 존재 자체를 쉬쉬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자 기호 맞춰 리모델링도= 이미 완공된 미분양 아파트의 경우 요즘들어 공급되고 있는 아파트에 비해 내부마감 수준이 2~3년 뒤떨어진다. 이 같은 구식 아파트의 내부 마감재를 최신 유행의 칼라로 교체해 수요자들을 끌어들이는 업체도 등장했다. 또 주부들이 선호하는 보조주방 등을 설치해주기도 한다.
아파트와 상가 미분양 물량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합(合)의 경우는 리모델링을 위해 아예 설계사무소, 리모델링업체 등과 제휴하고 있다.
이 회사의 신도진(辛道鎭) 사장은 "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공간이나 내부마감을 하고 시장에 내놓으면 입지여건이 다소 떨어지는 아파트도 대부분 주인을 찾기 마련"이라
고 말했다.
이학인기자
입력시간 2000/11/0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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