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ㆍLG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일제히 주주총회 시즌에 들어간 가운데 신사업 진출 의사를 밝힌 기업들이 사라지고 있다. 추가 신사업 진출을 위해서는 정관변경이 필요하고 이는 주주총회에서 처리해야 하는데 주총 안건에 신사업이라는 단어가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이다.
4일 삼성ㆍLGㆍ현대차ㆍSK 등 주요 그룹들의 핵심 계열사들이 공시한 2013년 주주총회 공고안은 재무제표 승인, 사내외이사 변경 등 통상적인 안건이 주를 이루고 있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주주총회 정관 변경을 통해 신사업 진출을 경쟁적으로 표방했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제약업계 등 일부 업종과 기업의 경우 신사업 진출을 이번 주주총회에서 다룰 예정이지만 이는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올해 주주총회 안건으로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3건을 공시했다. 다른 계열사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삼성SDIㆍ삼성전기ㆍ삼성정밀화학 등 다른 계열사 역시 신사업 추가 진출을 위한 정관변경은 찾아볼 수 없다. 제일모직이 주주총회 공시에서 화장품 제조ㆍ판매를 신사업으로 하기 위한 정관변경을 공시했으나 이는 규정강화에 따라 기존 사업을 세분화한 것에 불과하다.
기아자동차ㆍ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도 비슷하다. 기아자동차는 주주총회 공시에서 일상적인 안건을 처리한다고 밝혔고 현대위아ㆍ현대모비스 등 부품 계열사 역시 재무제표 승인 등 통상적 안건만을 이번 주총에서 처리할 예정이다. 다만 현대차가 제철 및 철강업을 추가 신사업으로 넣었지만 이는 연구개발 활동을 위한 것이다.
SK그룹도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눈에 띄는 신사업 진출이 없다. 부동산관리시장에 이미 진출한 SK텔레콤이 이에 관련된 건설업과 부동산업을 추가했을 뿐 다른 주요 계열사들은 마땅한 신사업 진출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LG그룹도 LG디스플레이ㆍLG화학 등 주요 계열사들이 주주총회 공시를 통해 올 주주총회에서 통상적 안건만 다룰 예정이라고 공개했다. 이 밖에 포스코ㆍ한화그룹ㆍGS그룹 등의 주요 계열사들 역시 올 주주총회에서는 재무제표 승인, 이사 변경 및 승인 등 일반 안건만 처리할 예정이다.
올 주주총회 시즌에 신사업이 사라진 것은 저성장 기조 장기화 등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자칫 추가 신사업 진출이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여기에 골목상권 보호 등 새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른다는 정책 불안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재계 관계자는 "아울러 이미 추진 중인 신사업에서 마땅한 성과가 나오지 않으며 대다수 주요 기업들이 기존 사업경쟁력 강화로 선회하는 등 신사업 추가 진출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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