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금융그룹 2인자' 윤만호(사진) 산은금융지주 사장이 다음주 떠난다.
윤 사장은 지난 2008년부터 산업은행 민영화 작업을 진두지휘했지만 현 정부의 정책금융 개편의 소용돌이 속에 결국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35년간 정들었던 산은을 떠나게 됐다. 윤 사장은 기술보증기금의 새 이사장이 유력한 가운데 외국계 투자은행(IB)으로 옮길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이달 27일 임기 만료를 앞둔 윤 사장은 25일 퇴임식을 갖고 산은지주 사장 자리에서 물러난다.
윤 사장은 산은 내의 대표적인 국제ㆍ기획통이었다. 1978년 산은 조사부에 입행한 후 국제금융실 IR팀장(1998년), 뉴욕지점 부지점장(2000년), 트레이딩센터장(2003년) 등 국제 분야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어 민유성 행장 시절이던 2008년 부행장급인 경영전략본부장으로 전격 발탁돼 이후 산은 민영화 작업을 총괄 지휘했다. 매사 깔끔한 일 처리에 오랜 국제 금융 경험에서 다져진 글로벌 안목은 그를 산은 민영화 작업의 적임자로 만들었다. '산은 민영화=윤만호' 공식은 이때부터 생겼다.
프로는 프로를 알아본다고 했던가.
2011년 산은 민영화를 매듭짓기 위해 산은금융그룹의 새 회장으로 부임한 강만수 회장은 윤 사장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다. 강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 만료됐던 그의 부사장 임기를 올해까지 1년 더 연장시켰다. 기업공개(IPO) 등 산은 민영화의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려면 그만한 인물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새 정부 들어 산은 민영화는 중단됐고 강 전 회장은 물러났다.
산은 민영화의 아이콘인 윤 사장의 입지도 자연스럽게 줄었다. 특히 정부가 산은과 정책금융공사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산은지주를 없애기로 한 것이 결정타였다. "산은을 국내를 대표하는 글로벌 IB로 만들겠다"는 그의 꿈도 함께 좌절됐다.
하지만 그가 지난 35년간 쌓은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와 정책 기획 능력은 쉽게 사장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청와대 안팎에서는 새 기보 이사장 자리에 공무원 출신이 아닌 윤 사장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본인은 부인하지만 외국계 IB 쪽에서 그를 스카우트해가려 한다는 소문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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