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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2만달러’의 조건

`1인당 국민소득 2만불`이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 되짚어보면 지난 95년 1만달러에 도달했던 우리의 국민소득은 외환위기를 겪으며 6,000달러대까지 곤두박질 쳤다가 지난해 가까스로 1만달러에 턱걸이했다. 8년동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선진국의 징표로 여겨지는 2만달러의 벽을 넘은 국가는 모두 24개국이다. 이들은 1만달러에서 평균 9년만에 2만달러에 이르렀다. 반면 1만달러를 넘은 후 이 기간동안 2만달러그룹에 진입하지 못한 국가들은 지금까지 1만달러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국 `도약에의 의지`배워야 노무현대통령이 중국방문을 마치고 돌아와 처음 주재한 청와대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한국의 미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며 “우리 모두가 모든 영역에서 비장한 결단으로 변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를 둘러 본 노대통령이 시쳇말로 `쇼크`를 먹었다는 얘기다. 그도 그럴 것이 90년대초만 해도 허허벌판이었던 상하이는 지금 세계 100대 기업중 82개가 아시아ㆍ태평양지역 본부를 설치한 동북아 무역중심지로 모습을 바꿨다. 지난 한해동안 상하이에 들어 온 외국인 자본은 5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한국에 투자한 외국인 총투자액의 절반을 웃도는 금액이다. 한국을 배우자며 열을 올리던 중국이 불과 10여년만에 한국이 배워야 할 상대국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그야말로 뽕나무밭이 바다로 변한 것에 견줄 만 하다. 그 배경은 무엇일까. 그것은 두말할 것 없이 성장기조에 바탕한 공격적인 경제정책과 싼 임금, 풍부한 노동력, 다양한 계층의 시장 등으로 일컬어지는 매력적인 투자환경이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중요한 요소에 불과하다. 보다 근원적인 것은 외국자본 유치에 대한 의지, 더 나아가 잘 살아보겠다는 의지다. 이와 비교할 때 우리가 제시하는 조건과 노력은 어떤가. 이대로라면 자칫 우리의 동북아 허브 전략이 공염불에 그칠 수도 있다. 결코 엄살이 아니다.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한 대학교수는 “이미 게임이 끝났다”고 고개를 흔들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중국전문가인 그가 이렇게 말하는 첫번째 이유는 동북아 허브를 국가적 목표로 설정한 전략적 구상이 시기적으로 늦었고, 두번째는 그나마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구태의연한 명제에서 허우적대느라 집권세력의 추진력이 타이밍을 놓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집단이기ㆍ포퓰리즘 극복을 지금 우리는 대내외적으로 쉽지않은 과제들과 맞닥뜨리고 있다. 우선 가장 큰 수출시장이자 세계 경제의 기관차인 미국경기의 회복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하다. 또 재정ㆍ 금융ㆍ 세제 등 동원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써가면서 시도하고 있는 경기진작책이 얼마만큼 효과를 거둘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게다가 파괴력을 가늠조차 하기 힘든 북핵 관련 악재들이 시한폭탄처럼 시간을 카운트다운하고 있다. 정치권의 혼란 역시 위기를 부추기는 요인이고. 정부는 NTㆍBT 등 10대 신산업을 한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14일 확정한 하반기 경제운용 계획에서도 2010년까지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을 겨냥한 다양한 밑그림을 내놓았다. 우리가 가진 능력에 의지만 뒷받침된다면 결코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집단이기주의와 이에 편승한 정치적 포퓰리즘을 극복하지 못하면 결코 도달하지 못할 목표이기도 하다. 우리보다 먼저 국민소득 1만달러의 고지를 넘었음에도 2만달러의 벽에 끝내 좌초하고 만 많은 나라들이 다. 경제의 발전은 단순히 기술혁명과 시장의 힘에 의해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당대를 지배하는 정신과 사상, 그리고 국가의 지도력이 뒷받침하지 못하면 얇은 유리그릇처럼 쉽게 깨지기 마련이다. 유리그릇이 될 것인가, 아닌가는 이제 전적으로 우리 스스로에게 달렸다. <이종환 산업부장(산업부장ㆍ부국장) jw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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