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 2회에서 두유바이크 필진(이라봐야 2명이지만)의 소개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바이크 잡설’을 풀어봅니다. 오늘의 주제는 혼다 스쿠터인 ‘슈퍼커브’의 치명적인 매력! 입니다.
슈퍼커브, 모터사이클을 잘 모르는 분이라도 딱 보면 압니다. 바로!
일명 ‘배달 오토바이’로 불리죠…그렇습니다ㅠㅠ
배달통이 얹혀있지 않으면 왠지 허전한,
아시아 각국에서 정말 다용도로 쓰고 있는,
그런 바이크입니다.
저도 타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어찌해도 ‘배달 간지’를 털어낼 수가 없기 때문이죠.
강남 카페 배경 + 민트식 긔요미 오픈페이스 헬멧으로 가려질 줄 알았건만, 이건 뭘 해도 배달 오토바이입니다. 슈퍼커브에 탄 모델이 후져서 그런 걸까요??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은 댓글 금지입니다.
그래도 새로운 바이크를 타보는 건 언제나 신나는 일입니다. 한 세 시간쯤 서울 시내를 달려봤습니다. 워낙 흔히 보는 바이크라 주행샷, 동영상은 생략입니다. 게을러서 생략한 건 결코 아닙니다.
도로에 나갔더니 슈퍼커브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대림 ‘시티시리즈’를 타시는 분들(주로 50대 이상 중년남들이시죠)이 저를 친근한 눈빛으로 바라보십니다. ‘쟨 뭘 배달하는 애지??’라는 표정으로 갸우뚱하는 분들도 계셨네요.
원래 ‘울프 클래식(전편 참조)’을 타는 저에게 슈퍼커브의 최대 특이점은 클러치가 없다는 점입니다. 110cc 스쿠터니까 당연하긴 한데, 멈추고 출발하고 기어를 바꿀 때마다 왼손이 자꾸 클러치를 찾게 됩니다. 익숙해진다면, 그리고 특히 처음 모터사이클을 타는 분들에겐 엄청난 강점이겠죠.
기어변속은 자동원심식(로터리식)입니다. 1, 2, 3, 4단까지 올라갔다 다시 돌아올 필요 없이 한 번만 조작하면 다시 1단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편리합니다.
슈퍼커브는 ‘뽈뽈대는’ 느낌으로 달립니다. 얇은 바퀴 때문에 더 큰 바이크들에 비하면 진동이 다소 많이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대 속도는 시속 90km까지도 나온다는 사실!!우습게 볼 속도는 아닙니다.
혼다가 1958년 최초 개발한 슈퍼커브의 최대 강점은 튼튼한 내구성, 63.5km/ℓ에 달하는 연비입니다. ‘기름 냄새만 맡아도 달린다’는 말이 그럴듯하게 들릴 정도의 연비죠. 게다가 엔진오일 대신 식용유를 넣어도 달릴 수 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는데, 혼다에선 “실험해본 적은 없지만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네요. 물론 차에 좋을 리는 없지만, 어쨌든 대단합니다.
슈퍼커브의 전세계 누적 생산대수는 8,700만대가 넘습니다. 혹자는 계속 기능, 디자인 면에서 수십년 간 업그레이드돼 출시되고 있는 슈퍼커브를 ‘이륜차계의 폭스바겐 비틀’로 비유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역사와 전통의 바이크, 수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차라는 얘깁니다.
그런데 슈퍼커브, 알고 보면 참 예쁜 스쿠터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심하게 ‘배달용’으로 각인된 빨간색을 제외하면, 요렇게 산뜻합니다.
왠지 그러고 싶은 맘에 슈퍼커브 커스텀 버전도 한번 찾아봅니다. 그런데…색깔만 바꿨을 뿐인데 참 상큼하네요.
가장 눈에 띄는 커스텀은 프레임 커버를 떼어내고 프레임만 남겨놓는 방식입니다. 여기에 색깔도 좀 바꿔주면 훌륭한 클래식 바이크의 간지로 탈바꿈합니다. 이 분은 짙은 녹색에 갈색 시트가 저의 로망인 로열엔필드를 연상케 하네요.
강렬한 검정/빨강색에 거미줄 모양으로 멋을 낸 분도 있습니다.
요코하마 커스텀 쇼에 출품된 모델이라는데, 이쯤 되면 본래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지만 멋지긴 합니다.
음…이건 포토샵일까요???!!
찾아보시면 더 다양한 커스텀 버전을 만나볼 수 있을 겁니다. 저는 게을러서 울프 클래식에 전혀 손을 못 대고 있긴 하지만, 모터사이클이든 자동차든 순정에서 조금씩 바꿔 나가는 것도 상당한 재미일 것 같습니다. 역사와 전통을 갖췄으면서 튼튼하고 저렴한 슈퍼커브는 그렇게 애정을 쏟기에 참 좋은 차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럴 여유도 부족한 요즘 우리 사회 풍경이 안타깝긴 하지만, 멋지게 꾸민 슈퍼커브를 타고 여유를 만끽하는 분들이 거리에 점점 더 많이 나타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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