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중동으로 불리는 카스피해에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카자흐스탄의 경제ㆍ금융의 중심지인 알마티. 불과 수개월 전만해도 중국계 유전 헌터들의 독무대였다. 이들은 중국정부의 수억달러에 달하는 차관 제공과 유전매입에 대한 무제한적인 자금 지원으로 알마티 최고의 큰 손으로 자리잡았다. 중국 최대 국영석유사인 CNPC는 페트로카자흐스탄을 캐나다 업체에서 인수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의 싹쓸이식 유전 매입은 최근 강한 견제를 받고 있다. 카자흐스탄이 자국의 주요 유ㆍ가스전 개발에 외국업계의 참여를 제한하는 데 주 타킷이 되고 있으며 CNPC의 페트로카자흐 지분 일부도 매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런 과정에서 조용히 카작 유전개발을 추진한 한국의 석유공사와 SK, LG상사 등이 실속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유전개발기업들이 카스피해 최대 인접국인 카자흐스탄을 비롯, 아제르바이젠, 우즈베키스탄의 자원 개발사업에 잇따라 참여하며 원유 실크로드를 뚫고 있다. 현재까지 확보한 유전만도 자이언트급 2개를 비롯, 중형유전 5개, 가스전 1개 등으로 우리측 지분에 해당하는 원유만도 약 15억배럴로 국내 2년치 소비량과 맞먹는다. 이는 특히 전세계 석유메이저 및 중국, 인도 등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단 2년 만에 거둔 결실이어서 국제 석유업계 관계자들이 한국의 저력을 다시 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이달 초 카작 국영석유사인 카즈무나이가스와 카스피해 잠빌 광구(추정매장량 16.6억배럴) 지분양수 최종안에 합의했다. 당초 카작 정부가 고유가와 중남미의 자원민족주의 열풍의 영향 등으로 고액의 대가를 요구, 당분간 계약이 성사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련 업계가 전망하고 있던 터라 계약 체결 소식이 알려지자 알마티에 모여 있던 업계 관계자들의 놀라움은 컸다. 석유공사는 앞서 아제르바이잔령 카스피해의 이남 광구 지분매입(20%) 협상도 사실상 타결했다. 이남 광구는 추정매장량 20억배럴로 BP, 쉘 등 석유메이저도 발을 담그고 있는 대형 유전이다. 중앙아시아의 유전개발에는 국내의 경쟁관계도 장애물이 되지 못했다. LG상사는 효율적인 시장공략을 위해 올 초 경쟁사인 SK㈜와 손잡고 카작 8광구 지분 인수에 나서 지난 8월 초 지분 전량을 공동 인수했다. 업계에서는 LG가 전통적인 동업관계인 GS를 제쳐두고 SK와 제휴한 것은 유전확보를 위해 국제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한 최선의 선택으로 평가하고 있다. LG상사는 20일 카작에서 추정매장량 2억배럴의 에끼즈카라 광구 지분 50%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카작 유전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KS에너지는 세림제지와 손잡고 카작에서 사크라마바스와 웨스트바조바 2개 광구를 확보, 사크라마바스에서 한창 시추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신규 유ㆍ가스전 확보에도 가속도가 붙고 잇다. 석유공사는 우즈베키스탄에서 8억배럴 규모의 유전 광구 확보를 추진 중이며 가스공사는 아랄해 가스전의 매장량을 능가하는 우준쿠이 등 2개의 우즈벡 가스전 개발에 참여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SK㈜의 카자흐스탄 현지 관계자는 "조용하면서도 지속적인 인맥관리와 기술력 축적, 정부의 대폭적인 자원외교 강화로 카스피해 주변 유전이 한국에 손을 내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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