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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계 자금, 한국 국고채 '입질'

유로클리어, 통합계좌 개설 예정… 곧 대규모 투자 나설듯

유럽 금융기관들이 한국 국고채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 조만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올해 추가경정예산 편성 용도 등 총 100조원이 넘는 국고채를 발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계 금융기관이 본격적으로 입질을 함에 따라 채권시장에서 불거지고 있는 수급불안 우려가 조금이나마 해소될지 주목된다. 16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업계에 따르면 유럽 예탁결제기관인 유로클리어 실무 관계자들은 17일까지 한국을 방문해 한국예탁결제원에서 통합계좌(Omnibus Account)를 개설할 예정이다. 통합계좌란 복수의 외국인투자가들을 위해 한국에 국제예탁결제기구(ICSD) 명의로 개설돼 투자가들의 자금을 대신 관리하는 계좌를 일컫는다. 유럽계 금융권의 이번 조치는 정부가 최근 외국인의 국내채권 투자 때 발생하는 양도차익에 세금을 물리지 않겠다고 밝힌 이후 나타난 첫 움직임이다. 외국인투자가 통합계좌는 지난 2007년 당시 정부가 외국인 채권투자환경 개선 차원에서 장외거래 등과 함께 이미 허용했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이자소득에 따른 소득ㆍ법인세 원천징수세제 혜택이 마련돼 있지 않아 사실상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유럽계 자금 중 상당액이 유로클리어를 통해 투자되는데 이번에 통합계좌가 개설되면 유럽 자금의 투자가 지금보다 훨씬 간편해져 자금유입 여지가 늘어날 것”이라며 “미국 등 다른 국가의 국내 투자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외국계 금융권의 이 같은 움직임과 맞물려 정부도 최근 들어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대규모 국채 소화 여부에 부쩍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날 입찰된 8,000억원 규모의 10년물 국고채는 낙찰금리 4.97%에 응찰률 121%로 마감됐다. 입찰이 부진했다는 시장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121%라는 응찰률 자체가 희망적이라는 평가다. 정부 관계자는 “당초 물량소화 자체도 어렵다고 했지만 4%대 후반 금리에 소화됐다는 건 의미가 있다”며 “향후 국채 소화에 큰 무리가 없다고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 역시 이른바 ‘구축효과’에 따른 시장의 우려에 대해 “국채로 시장의 유동성을 소화하면 윈윈 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밝히고 한국은행에 채권 매수를 요청할 뜻이 없다며 국채 소화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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