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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구본무 LG회장
입력2003-06-22 00:00:00
수정
2003.06.22 00:00:00
구본무 LG회장은 30분여의 기내 인터뷰에서 “요즘 사업 걱정 때문에 잠이 오지 않는다”며 그룹의 미래와 최근 현안 등을 담백한 어조로 털어 놓았다. 그는 특히 “노조가 깃발을 흔들면 기업들이 투자를 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투명경영과 (주주ㆍ노사간)파트너십에 전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환위기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에 처음 응한 구 회장은 “요즘 골프가 잘 안 맞아 아령으로 왼팔 힘을 키운다”고 건강을 과시한 뒤, “앞으로 오지(奧地)를 많이 찾겠다”며 현장 경영 의지를 드러냈다.
-기업인으로서 새 정부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 대통령에 대한 당부는.
▲지도자가 참 중요하다. 기업들을 신바람 나게 해주면 투자를 많이 할 텐데 요즘은 그런 게 부족하다. 선거때는 대통령이 미국가서 잘할까 걱정했는데 참 잘하더라. 소탈하고 화통하다. 머리회전이 빠르다. 많이 바뀌었다. 대통령 방중 때도 정부가 부르면 가겠다. 대통령이 현장을 보고 현실을 봐야 한다.
-요즘 관심사는. 그룹 미래를 위한 새로운 `모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잠이 안오고 술도 많이 늘었다. R&D와 핵심인재 육성이 중요하다. 특히 훌륭한 CEO를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CEO를 육성하기 위해 과감하게 아웃소싱할 것이다.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발굴하겠다. (후계는)딸 둘밖에 없어서….
-지주회사가 출범한지 1년이 넘었다. 그룹의 장기 구도는.
▲지주회사로 가서 내가 할 일이 많이 줄었다. 나는 CEO들을 잘 독려해서 이익을 많이 내고 배당을 받는 일밖에 없다. 우리가 키워서 상장하는 것을 제외하곤 추가로 지주사에 넣을 것은 없다. 앞으로 1년 후면 구씨-허씨간 개별 경영체제로 갈 것이다. 하지만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협력체제는 물론 10% 정도의 사업은 공유할거다. 앞으로 LG브랜드 사용료도 받을계획이다.
-노조 문제 때문에 기업들이 걱정이 많은데.
▲노조가 깃발을 흔들면 기업들이 투자를 할 수 없다. 우리도 88년에 노사갈등이 심했지만 좋은 경험이 됐다. 우리 노조는 R&D를 잘한 사람들에게 성과급 주라고 노조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고맙게 생각한다.
-중국이 무섭게 추격해 오고 있는데. 투자 계획은.
▲중국의 생산성이 한국의 85%인데 임금은 8분의 1이다. 이를 보고 노조들도 많이 깨닫고 있다. 중국은 투자비가 별로 안든다. 핵심기술은 한국에 투자한다. 저가품은 중국이 다 할 것이다. 우리도 저가품은 중국으로 이전하고 있다.
-LG는 합작경영을 잘하는 것 같다. 성공요인이 뭐라고 보나.
▲파트너를 존중하고 회계가 투명해야 한다. 투명하지 않으면 어느 외국회사가 합작하겠는가. 구씨와 허씨간 관계도 마찬가지다.
-앞으로도 현장경영을 계속할 것인가.
▲카자흐스탄과 노르웨이에 갔는데 직원들이 많이 고생하더라. 내가 이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현장가서 격려하겠다. 특히 오지를 많이 가겠다.
< KE908 기내에서=김영기기자 you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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