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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한국산업 '조선·해운'] 조선업계
입력2000-11-21 00:00:00
수정
2000.11.21 00:00:00
[2000 한국산업 '조선·해운'] 조선업계
구조조정 가속화 '순항의 돛' 달았다
국내 조선산업이 일대 전환기를 맞고있다.
조선시황의 호조로 IMF이후 구조조정을 맞아 비틀거리던 업계가 2~3년치의 일감을 확보하는 등 경영이 안정되고 있다.
특히 올들어 수주 형태가 기존의, 컨테이너선 위주에서 LNG선, 특수선, 여객선 등으로 다양화ㆍ대형화해 국내 조선산업이 고부가가치선으로 개편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있다. 그러나 대외적으로는 유럽연합(EU) 등으로부터 저가 수주,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통상압력이 강화되고 있다.
◇통상마찰 심화
조선산업을 둘러싼 한-유럽간 통상마찰이 어느 때보다 거세다.
지난 4월 양국간 조선협상이 마무리되고 6월 협약이 정식 발효됐음에도 유럽연합(EU)으로부터 공세가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조선업계의 독주를 우려한 일본과 미국측이 이에 가세하면서 사면초가에 빠지고 있다.
지난 15일 일본에서 개막된 '세계 조선 4자 회의'에서 유럽측은 한국조선업계의 저가 수주로 세계 조선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종전의 주장을 강도 높게 되풀이 했다. EU와 일본측은 한국 정부가 조선업계에 워크아웃과 채무조정 등을 통해 부당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구체적으로 문제 삼는 기업은 대우조선과 삼호중공업. 이들은 "양사가 정부 지원을 받는 은행으로부터 사실상 보조금을 지급받고 있다"며 "도산한 업체가 정부 원조로 회생하는 것은 공정치 못하다"는 주장이다.
유럽측은 한국이 자신들의 요구하는 원가내역 공개 등을 한국측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한국의 덤핑수주를 EU 무역장벽조사위원회(TBR) 및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방침이다.
실제로 지난 10월말 유럽조선협회연맹(CESA)은 한국 조선업계가 불공정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유럽(EU) 집행위원회에 제소했다. 이에 따라 사전 조사기간( 45일)이 끝나는 다음달 초에는 WTO에 공식 제소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업계에서는 이런 파상 공세가 최근 세계 발주량의 절반이상을 국내업계가 차지할 정도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따른 부작용으로 보고 있다.
우리 정부와 업계는 세계 시장에서 결코 저가 수주를 하고 있지 않으며 워크아웃ㆍ채무조정 등은 정부의 보조금 지급이 아니라 금융기관들이 상업적 원칙에 따라 자율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기업회생 작업의 일환이라고 맞서고 있다. 또 한국이 수주하는 선박의 가격이 낮은 것은 국가간 경쟁력 차이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국측은 EU업계가 현지 정부가 폐지하려는 선박 건조 보조금(9%) 를 계속 지원받기 위해 한국을 무리하게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EU측이 끝내 제소한다면 유럽 정부의 자국 조선소 보조금 지급문제를 WTO에 공식 제기하는 등 강력히 대응한다는 것이 우리 업계와 정부의 방침이다. 앞으로 EU 및 일본ㆍ미국 과의 조선분야 통상 마찰이 WTO 제소 사태로 번질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구조조정 큰 고비 넘겨
지난 10월 23일 대우중공업이 분할해 대우조선공업으로 새 출발하면서 조선업계의 구조조정이 큰 고비를 넘기게 됐다. 당초 예정보다 6개월 이상 늦춰진 이번 분사로 국내 구조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
대우조선은 영업과 관련없는 부실 자산을 모두 대우중공업에 넘기고 나왔기 때문에 출자전환 작업만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건실한 재무구조를 가진 우량기업으로 재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10월말 현재 26억달러 상당의 수주실적을 올려 이미 2년반 이상의 안정적인 조업물량을 확보한 상태다. 채권단의 출자전환 작업을 거쳐 12월중 증권거래소에 재상장 될 예정이다.
또 97년을 전후해 쓰러진 삼호조선(옛 한라중공업), 대동조선 등 부실기업들도 사상 유례없는 호황에 힘입어 부실의 늪을 빠른 속도로 헤쳐 나오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내년초쯤 경영이 완전히 정상화되면 독자생존을 모색하거나 인수 업체를 모색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현대에서 위탁 경영중인 삼호조선은 독자 생존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컨테이너선ㆍ유조선 등 일반선 위주의 영업에서 벗어나 LNG선 등 고부가선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10월말 현재 수주 잔량은 54척 20억달러. 충분한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경영정상화는 시간 문제라는 것이 회사측 시각이다.
97년 모기업 부도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대동조선도 흑자전환이 기대되는 내년중에 새 주인찾기에 나선다. 상반기중 유가급등으로 74억원의 경상적자를 냈으나 수주잔량이 많아 내년에는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대형 컨테이너선 4척 등 20척을 수주해 현재 수주잔량은 28척 4억달러 규모로 2년치 일감에 해당한다.
앞으로 대동조선은 3만~8만톤급 중형 선박 제조기술을 활용, 틈새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선박엔진 분야에서도 올해 초 한국중공업ㆍ삼성ㆍ대우가 통합된 HSD사가 출범해 기존 현대중공업과 2사 체제로 재편됐다. HSD는 올해 수주가 늘어 경영정상화의 기대를 밝게 하고 있다. 올 목표는 수주액 5,200억원에 매출 4,070억원이다.
선박용 엔진은 선가의 15~20% 정도를 차지하는 조선 경쟁력의 핵심으로 한국이 전세계 시장의 45%(현대중공업 30%, HSD 15%)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엔진 생산은 아직 핵심기술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고 연구개발 능력도 다소 떨어지나 생산능력에서는 세계 최고수준이다.
◇ 조선분야 B2B 사이트 구축 착수
정부의 주도아래 조선분야 e마켓플레이스를 구축하려는 사업이 출발부터 삐걱거리면서 내년 1월 본격적인 사이트 운영에 들어가려던 원래 계획이 크게 늦춰지게 됐다.
지난 6월 현대ㆍ삼성ㆍ대우ㆍ한진ㆍ삼호중공업 등 조선 5사 대표들은 산자부의 권유로 조선분야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구축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공동으로 합작 벤처를 설립하기로 했다.
그러나 각사의 13명의 실무자들로 구성된 준비단은 아직까지 법인 설립은 물론 사이트 주소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최근 실무협의를 거쳐 합작 벤처의 지분율을 현대중공업 20.6%, 대우 및 삼성중공업이 각 15%, 한진중공업 8.6%, 삼호중공업 6% 등으로 잠정 결정했다.
일이 이처럼 꼬이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합작 법인의 대표를 누가 맡는냐 하는 문제로 각 사가 크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 업계의 맏형격인 현대중공업이 추천한 대표이사(CEO)에 대해 나머지 회사들이 2차례나 승인을 하지 않아 대표 선임이 계속 원점에서 맴돌고 있는 것이다.
삼성럽肉~ 측은 "우리 조선업계의 세계적 위상으로 볼 때 조선 분야 B2B 사업을 맡을 인물은 경륜과 불편부당한 공정성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며 "현대가 최근 추천한 K모, C모씨는 이에 부합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합작 법인의 주도권을 놓고 관련사들의 벌써부터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당초 참여의사를 밝힌 12개 업체중 2~3개사만 참가의사를 밝히고 있는 것도 문제다. 선박용 강판을 공급할 예정이던 포항제철, 연합철강도 자체 독자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고 합작법인 운영에 따른 수수료 부담을 이유로 사업 참여에 소극적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당초 정부주도로 출발한 것 자체가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었다고 지적한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각 사가 이미 자체 부품조달 사이트를 개설하거나 개설할 예정으로 있어 정부 주도의 이 사업이 자칫 중복 투자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것.
인터넷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 사업의 특성상 유력한 사이트에 거래가 몰리면 유사 사이트는 도태되면서 시장 주도자가 자연스레 부각되게 마련"이라며 "각 사가 준비중인 사이트간의 경쟁을 통하여 B2B 시장의 선도자가 나오도록 유도하는 행정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선산업 질적 전환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선종이 다양화ㆍ대형화돼 앞으로 조선 사업의 질적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기존의 유조선이나 컨테이너선 위주에서 벗어나 부가가치가 높은 LNG선이나 특수선, 그리고 유람선 등의 수주가 늘고 있고 선박의 대형화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
유조선이나 컨테이너선에 비해 기술수준이 높고 단가가 높은 LNG선의 경우 올해 30억 달러 규모의 발주량 가운데 절반 정도를 국내업체가 수주했다.
LNG선은 지난해까지 현대중공업만 단 한차례 수주에 성공했을 정도로 그동안 일본 업체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대우조선은 올해 초에 벨기에에서 1척, 노르웨이에서 2척을 수주한데 이어 스위스와 호주로부터도 5척의 수주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올해 총 5척의 LNG선을 수주할 전망이다.
고유가에 의한 원유 개발붐을 타고 석유시추선을 비롯해 해저 광케이블 매설선 등의 특수선 수주도 늘고 있다.
현대는 최근 유전개발용 초대형 플랫폼을 덴마크 머스크사로부터 2억500만달러에 수주하는 등 10건의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도 미국 쉘사 및 호주 필립스사로부터 1억5,000만달러 짜리 원유가스저장선을 각각 1척씩 수주했다.
한진은 프랑스 텔레콤 마린사로부터 해저케이블 매설선 2척을 수주했고 현대미포조선도 프랑스 알카텔사로부터 해저 광케이블 매설선 3척을 수주했다.
유럽의 자존심으로 상징되는 유람선도 올해 수주가 잇따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그리스 최대 여객선사인 미노안사에서 3만톤급 초대형 여객선을 수주했다.
현대중공업도 스웨덴 스테나사에서 여객선 2척, 대우조선도 그리스 스토린치사와 이태리 모비리안사에서 대소형 여객선 3척을 수주했다. 현대 미포조선도 한일 국제항로를 운항할 1만7,000톤급 대형 카페리를 수주했다.
이러한 선종 다양화와 함께 선박의 대형화 추세도 주목할 만하다. 대우조선은 지난 9월 그리스 헬레스폰트사로부터 44만 2,000톤짜리 울트라급 초대형 유조선을 수주했다. 이 배는 척당 1억달러 짜리로 기존 30만톤급 유조선보다 50%이상 커 한번에 320만 배럴의 원유를 수송할 수 있다.
컨테이너선 분야에서도 삼성중공업이 최근 9,000 TEU급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개발해 본격 영업에 나섰다. 삼성중공업은 2001년에는 세계 최대규모인 1만4,000TEU급 컨테이너 선까지 개발할 계획이다. 현재 운항중인 컨테이너선은 P & 0 네들로이드사의 6,800TEU급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선박의 다양화ㆍ대형화 추세에 따라 앞으로 2~3년간의 일감이 확보돼 있는 국내 업계에서는 고부가가치형의 선박 위주로 선별 수주가 불가피하다며 상대적으로 뒤쳐졌던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을 적극 개척한다는 전략이다.입력시간 2000/11/21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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