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아빠, 유학생 등 해외에서 살고 있는 그리운 가족의 목소리를 전해주기 위해 연휴를 잊은 사람들이 있다. KT의 국제통신센터 직원들은 추석 연휴에도 아랑곳없이 24시간 교대로 근무한다. 외국에서 국내로 전화를 걸거나 국내에서 외국으로 전화를 걸 때 이곳 국제통신센터는 ‘중계소’의 역할을 한다. 교환기에 접수된 국제전화를 수신자에게 신속하게 연결해주는 것이 이들의 임무다. 이 센터에서 9년째 일하고 있는 김홍환(35ㆍ사진)씨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휴가를 내고 고향으로 떠난 4일에도 추석으로 늘어난 국제전화량을 점검하기 바쁘다. 김씨는 “외국의 명절이나 국내 명절에는 통화량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는 아랍국가들의 라마단 기간과 국내의 추석 연휴가 겹쳐 있어 전화량이 20~30% 정도는 늘었다”고 말했다. 하루에도 수백만건에 이르는 국제전화가 이 센터를 통한다. 국제전화를 하는 사람들은 김씨 같은 보이지 않는 ‘다리’를 통해 반가운 가족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다. 추석 연휴라고 해서 긴장을 늦추며 일할 수도 없다. 늘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번 동남아시아에 밀어닥친 쓰나미처럼 외국에서 큰 사건ㆍ사고가 터지게 되면 국제전화량이 폭주하고 센터에도 비상이 걸린다”고 말했다. 전화량이 폭주하면 교환기가 과부하가 걸릴 우려가 있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때문에 김씨는 늘 해외의 주요 사건ㆍ사고와 이벤트를 점검한다. 비상이 걸리면 센터의 전직원이 비상연락망을 통해 소집된다. 김씨는 “다행히 이번에는 연휴가 길어 직원들이 연휴 앞뒤로 교대해서 고향에 갔다 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멀리 떨어진 가족들을 이어주는 ‘큐피드’로서 자부심을 묻자 김씨는 오히려 쑥스러워 한다. 김씨는 “경찰이나 소방관들처럼 추석 연휴 때 우리보다 더 많이 고생하시는 분들이 많다”며 “다만 우리가 하는 일로 가족들이 반갑게 서로의 안부를 묻고 넉넉한 명절을 보낼 수 있다면 그것이 우리의 행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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