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의 안전을 담보하는 핵심 부품의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것으로 드러나 신고리 2호기, 신월성 1호기 등 원전 2기의 가동이 전격 중단됐다. 이달 정비가 완료될 예정이던 신고리 1호기의 정비기간도 연장돼 사실상 3기의 원전공백 사태가 발생했다. 총 300만kW의 전력이 없어지면서 올 여름 사상유례 없는 전력난이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은철 원자력안전위원장은 28일 서울 종로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어 원전 제어 케이블 시험성적서 위조 관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위조부품 문제가 불거진 원전은 신고리 1~4호기, 신월성 1~2호기 등 총 6기다. 신고리 3~4호기와 신월성 2호기는 현재 건설 중인 원전이다. 원안위는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제어 케이블이 이들 6개 원전에 설치된 사실을 밝혀냈다. 제어 케이블은 원전사고 발생시 원자로 냉각 등 안전계통에 동작신호를 보내는 핵심 안전설비다.
이번 위조사건은 제어 케이블이 해외 시험기관 검증에서 시험에 실패했는데도 검사를 의뢰한 국내 시험기관 직원이 이를 위조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위원장은 "제어 케이블은 한 호기당 5㎞가 넘는 많은 양으로 (교체까지) 5~6개월이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원안위는 건설 중인 원전 가운데 신월성 2호기도 운영허가 전까지 제어 케이블을 교체하도록 했다. 밀양 송전탑과 연결되는 신고리 3~4호기의 경우 추가 조사 후 제어 케이블 교체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번 사건으로 신고리 2호기와 신월성 1호기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전국 원전 23기 중 10기가 멈췄다. 설비용량으로 따지면 원전 2,071만kW 중 771만6,000kW를 가동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름 전력수급은 초비상이다. 원전 3기의 공백 여파로 여름 전력 피크기간인 8월 둘째주 최대 수요가 공급능력을 200만kW 이상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블랙아웃이 현실화할 상황이다.
정부는 오는 31일 하계 전력수급대책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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