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경제학] 새 그린 오션, 탄소시장을 잡아라 배출권시장 급팽창 "큰손들 몰려든다" 이철균 기자 fusioncj@sed.co.kr 관련기사 탄소배출권 매매 어떻게 [기후변화의 경제학] 시리즈 전체보기 지구온난화 위기가 심화될수록 뒤에서 미소 짓는 사람들과 기업이 있다. 바로 이산화탄소 배출권과 관련된 기업ㆍ투자자ㆍ투자은행ㆍ컨설팅업체들이다. 세계적인 투자은행의 거금이 탄소시장(carbon market)으로 몰려들고 있다. 블룸버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지난 1월 30억달러를 탄소시장에 투자하기로 하고 그 일환으로 미국 마이애미에 있는 이산화탄소 감축사업 기업 MGM인터내셔널 지분 38%를 인수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6월 아일랜드 더블린 소재 이산화탄소 배출권 관련기업인 에코시큐리티스(EcoSecurities) 지분 10%를 인수하고 그 기업에 10억유로를 대출해주기로 했다. 이산화탄소 배출권 관련사업 투자기금으로 빌려준 것이다. 또 8월에는 런던에 있는 헤지펀드 자이언트맨그룹(Giant Man Group)이 런던 석탄공장의 이산화탄소 배출권 감축사업에 투자할 자금으로 3억8,200만달러를 모았다. 왜 이렇게 국제금융계의 큰손들이 탄소시장으로 몰려들고 있을까. 우선 급격히 커지고 있는 시장규모 때문이다. 이산화탄소 배출권 시장규모는 현재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04년 전세계 배출권 시장 거래규모는 5억4,900억달러. 그러던 것이 2005년 10억907억달러로 두 배로 커졌고 2006년에는 30억98억달러로 세 배로 커졌다. 유엔은 오는 2012년 이 시장규모가 2조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둘째, 이산화탄소 배출 관련 규제가 커지면 커졌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규제 확대는 바로 배출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먼저 12월 발리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를 기점으로 시작되는 포스트 교토의정서 협상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배출규제가 커지고 강도가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위기감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들 입장에서는 고강도의 의무감축이 시작되기 전에 배출권을 사두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이산화탄소 배출과 관련된 기업의 경영 리스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담배소송처럼 향후 지구온난화와 관련해 기업의 책임을 묻는 소송이 이어질지 모른다는 관측이 대두하고 있다. 교토의정서 체제를 탈퇴해 의무감축국이 아닌 미국의 포드ㆍIBMㆍ롤스로이스 등 대기업들이 자발적인 배출량 감축, 배출권 거래에 참여하는 이유가 바로 이 같은 대형 소송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또 기업 입장에서 공장을 신설하거나 증설해야 할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될 수 있다. 이에 대비해 미리 배출권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달아오르는 국제적인 패권경쟁=탄소시장에서 이미 주도권을 잡은 유럽은 느긋한 편이다. 유럽은 포스트 교토체제 협상에서 미국에 일부 양보하면서까지 온실가스 감축 대상에 미국을 포함하려 하고 있다. 미국이 복귀하면 그만큼 탄소시장이 커지고 중국ㆍ인도 등도 감축 대상에 포함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다. 미국은 조심스럽게 기후변화협약 복귀를 조율하고 있다. 자국의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와 소비구조 때문에 부득이 교토의정서 체제를 탈퇴했지만 그러고 나니 엄청나게 커지고 있는 탄소시장에서 EU에 주도권을 빼앗긴 것이 못내 아쉽다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기업 차원에서 배출권 선물시장이나 CDM 사업에 투자하고 있고 주(州)정부 차원에서는 중앙정부에 앞서 온실가스 대응체제를 만들고 있다.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 중 하나이면서 기후변화협약의 최대 수혜국인 중국 역시 국가는 물론 민간자본도 탄소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중국은 외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CDM 사업을 하려면 중국 측이 51% 이상의 지분을 가져야 한다는 의무사항을 집어넣었고 배출권의 해외 이전에 대해서는 부가세(4%), 유통세(5%) 등을 부과하고 있다. 이렇게 벌어들인 수익만도 지난해 12조원에 달한다. 일부에서는 중국이 곧 세계 제1위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이 될 것이기 때문에 역으로 이산화탄소 배출권 사업, 즉 전세계 탄소시장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제기했다. 일본은 세계 최고의 에너지 기술력을 통해 배출권 거래보다 배출권 창출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관련법을 정비하지 않아 배출권거래시장에서는 이미 주도권을 잃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정부가 아닌 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감축 할당량을 추진하고 있고 기업은 경제인단체연합을 통해 자주적인 행동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걸음마 수준의 한국 탄소시장=우리나라의 탄소시장 대응은 이제 걸음마 수준이다. 미국은 교토의정서를 탈퇴했지만 기업이나 단체 중심의 자발적인 탄소시장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없다. 에너지관리공단을 중심으로 기업들이 온실가스를 자발적으로 감축할 경우 감축분을 국가가 사주는 사업을 이제 막 시작했다. 하지만 기준도 애매하다. 그동안 열심히 노력한 기업이나 그렇지 않은 기업이나 구분이 없다. 정부 구매가격도 국제 가격보다 훨씬 낮다. 박찬우 삼성지구환경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탄소시장은 배출권 거래는 물론 에너지시장ㆍ금융시장 등 온난화와 관련된 새로운 비즈니스까지 창출하게 된다”며 “포스트 교토체제가 확정되는 2009년까지 탄소시장을 누가 장악하느냐에 따라 향후 50년, 길게는 100년의 국가경쟁력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7/11/2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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