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3차 양적완화(QE3)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공매도가 최근 들어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증시가 조정기에 접어든 이달 들어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3ㆍ4분기 부진한 실적을 내놓은 업체들을 중심으로 공매도 비중이 늘고 있는 추세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으로 최근 5거래일간 코스피200 거래량 대비 공매도 비중은 3.7%를 기록했다.
공매도란 투자자가 주식을 빌려서 미리 판 다음 주가가 하락한 뒤 싼 값에 매입해 차익을 챙기는 거래로 보통 주가하락이 예상될 때 공매도가 급증한다. 2009년 이후 평균 공매도 비중이 2.2% 선이고 9월 중순 공매도 비중이 2.1%까지 떨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 들어 공매도 비중이 다시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4월 하루 평균 1,873억원까지 치솟았던 공매도 거래대금은 8월 1,215억원으로 줄었다가 이달 들어 18일까지 1,875억원으로 급증했다. 대차잔액 역시 꾸준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9일 현재 대차잔액은 43조552억원으로 1주일 전보다 3,000억원 가까이 늘었고 9월 이후로는 5조원 정도 증가했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QE3 발표 이후 급감했던 공매도가 9월 중순 이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은 최근 투자심리가 불안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특히 이달 들어 공매도가 큰 폭으로 증가한 종목들은 철강ㆍ화학ㆍ건설ㆍ조선주로 실적이 부진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증권사들이 제시한 실적 추정치와 실제 실적 간의 괴리가 큰 종목과 업종 위주로 공매도 비중이 커지고 있다. 9월 말 추정치보다 3ㆍ4분기 영업이익이 77%나 적었던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달 9~15일 평균 2.4%였던 공매도 비중이 23~29일에는 10%로 급증했다. 또 선진국 소비경기 침체와 파업 등의 여파로 어닝쇼크를 기록했던 현대차 역시 실적 발표 시기 전후로 공매도가 늘어나면서 한 주 만에 공매도 비중이 3.2%에서 5.3%로 높아졌다.
이밖에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서는 대우건설ㆍS-OILㆍ동국제강ㆍ현대미포조선 등이 최근 2주간 공매도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던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5일 평균 공매도 비중이 3.6%로 전주(5.7%)에 비해 크게 줄었다.
강 연구원은 "증시 조정으로 수급상황이 악화된 가운데 3ㆍ4분기 실적이 부진한 종목들을 중심으로 공매도 거래가 늘어나고 있어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최근 한 주간 공매도가 급증한 종목으로 삼성정밀화학ㆍS-OILㆍ현대건설ㆍGS건설ㆍNHNㆍ롯데쇼핑ㆍ한국전력ㆍ제일기획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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