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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 존중받는 사회로
입력2004-01-29 00:00:00
수정
2004.01.29 00:00:00
방사성 폐기물 저장시설을 서울대 부지 내에 만들자고 제안한 서울대 교수들의 입장 표명은 사회적으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방폐장을 건설해도 위험하지 않다는 전문가의 주장을 무시하고 극단적인 수단까지 총동원해 거부하던 반대주민과 환경단체들은 물론,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불신주의에 대한 따끔한 충고였을 것이다.
교수들의 제안이 받아들여질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지만, 우리나라 최고 전문가들이 나서서 국민들에게 방폐장의 안전성을 확신 시켜 주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에서는 전문가들의 과학적인 근거에 바탕을 둔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논리보다는, 비전문가인 사회운동가들의 주관적이며 감성적인 논리가 일반 국민의 인기와 영합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 국민의 의식개혁에 비해 과학기술의 발달이 더디어서일 수도 있고, 우리 사회에 팽배한 불신의 여파일 수도 있으며, 한편으로는 민주주의가 발달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현상일 수도 있다.
그 원인이 무엇이든 전문가의 의견이 무시되는 것은 현대사회의 혼란이나 이공계의 몰락과 무관하지 않다. 과학기술적 판단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전문가들이 느끼는 좌절은 시설이나 연구비부족보다도 훨씬 심각한 걸림돌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들을 볼모로 한 방폐장 수용제안은 전문가들의 처절한 반란이라고도 볼 수 있다.
비단 방폐장 뿐만 아니라 새만금사업을 비롯한 각종 댐, 터널, 도로건설에서도 전문가들의 판단은 눈물 섞인 호소와 거친 시위에 묻혀버린다. 새만금사업에 대한 과학자들의 오랜 연구논문은 삼보일배에 묻혀버리고 기술자들의 보고서는 촛불시위에 타버렸다. 방폐장이 안전한지에 대한 판단은 그 방면에 전문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의 몫이다.
새만금사업 역시 경제성이나 수질, 환경영향에 대해 각 분야 전문가들의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진 사업이다. 또 환경단체의 주장을 수용해 지난 99년부터 2년 동안 민관공동으로 사업성 여부를 재검토하는 작업도 거쳤다.
이미 사업추진에 1조5,000억원이 투입돼 완공을 눈앞에 둔 새만금사업. 그러나 이 사업은 아직까지도 결론이 나지 않은채 환경논리에 밀려다니며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새만금사업은 28,300ha의 우량농지를 조성하여 식량자급에 기여하고 국가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중규모저수지 200개분에 해당하는 10억톤의 수자원을 확보함으로써 부족한 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된 사업이다.
이 사업은 또한 방조제 축조로 상류 저지대 침수피해를 예방하고 군산과 변산반도를 직접 연결하여 인근 관광자원과 연계된 새로운 종합생태관광권을 형성함으로써 지역발전 효과도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처럼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중요 국책사업이 7년동안이나 혼선을 빚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혼선을 단순히 `국민적 합의의사결정`이라는 명제를 이행한다는 과정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그 파장이 너무나 심하고 비용낭비도 엄청나다. 구체화된 수치로 보더라도 지난 2년간의 사업중단 기간동안 방조제 토사유실 등으로 낭비된 비용은 약 780억원에 달한다.
혹시 사업이 중단될 경우 야기될 비용낭비와 사회적 혼란, 새로운 환경재앙도 만만치 않다. 손실을 유발하면서까지 지속되는 새만금 논쟁을 보고있자면 우리사회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의아해진다.
사업의 경제성과 효율성, 기술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이미 뒷전으로 밀려난 채 스님과 신부님의 삼보일배, 외국인들의 철새보호운동 등 감정적인 호소만이 국책사업의 향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아무리 환경논리가 중요하다 할지라도 국가적 필요성과 국익을 위해 시행하는 모든 공익사업이 전문가들이 아닌 환경운동가들의 판단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면 그 나라의 미래가 과연 어디로 가게 될 것인가.
과학기술자가 존중돼야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정병호<농어촌연구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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