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4일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금융지주회사가 된 기업에 대해 금융지주회사 지정을 유예하는 대신 일정 기간 동안 해당 사유를 해소하도록 하고 이를 이행하지 못하면 주식처분 등 강제 시정조치를 취하는 것을 골자로 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또 외국 금융지주사와 사모투자전문회사(PEF)의 국내 금융지주사 지배를 허용하고 자산규모 1,000억원 미만의 소규모 금융기관을 지배하는 금융지주사는 인가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비자발적 금융지주회사에 대해 주식매각 등 강제시정 조치에 나설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면 삼성에버랜드를 정점으로 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금융자회사의 지분가치 증가 등 ‘부득이한 사유’로 금융지주사의 요건에 해당하게 된 기업에 대해서는 해소기간을 주고 이 기간 동안 지정요건을 해소하지 못하면 지분매각, 임원문책 요구 등 시정조치에 들어간다. 재정경제부는 1년 정도 유예를 고려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따라서 부득이한 사유로 금융지주사로 볼 수도 있게 된 삼성에버랜드의 향후 위상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에버랜드는 지난 2004년부터 삼성생명 등 자회사의 지분가치가 50%를 넘으면서 금융지주회사 논란에 휩싸였다. 일반기업이 금융회사를 지배하는 상황에서 계열 금융사의 주식가치 합계가 자산총액의 50% 이상이 될 경우 이 기업은 금융지주사가 되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이에 대해 정부의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이 삼성에버랜드의 금융지주회사 논란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미 2004년 12월 기업회계기준 변경에 따라 금융지주회사의 빌미가 됐던 삼성생명의 지분을 지분법이 아닌 원가법으로 적용, 금융지주회사를 벗어났다는 것. 그러나 삼성의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원가법 적용에 대해 금융감독위원회가 부당하다고 판정할 경우 삼성은 또다시 지배구조를 놓고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위는 이번 개정안으로 지분 처분명령권 등 시정조치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개정안에 따라 외국 금융지주사도 국내 금융지주사의 지분을 100% 소유할 수 있게 돼 외국 금융기관의 지역본부 유치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PEF도 국내 금융지주회사를 지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자산규모 1,000억원 미만인 소규모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둔 금융지주회사는 감독당국의 인가대상에서 제외돼 금융지주사 설립도 한층 활발해질 전망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