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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사태 해결원칙/이강두 신한국당 의원

기아그룹의 사실상 부도사태가 발생한 지 한달가까이 지났지만 아직 구체적인 해결방안이 마련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우선 정부의 태도가 다소 어정쩡해 보인다. 부도유예협약을 만들어 갑작스런 기업도산에 따른 파장을 최소한으로 줄이겠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인 기업회생책이나 기업정리 방안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그저 부도를 유예시킨 채 해결방안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질질 끌고가는 인상이 짙다. 이러한 현상을 지켜보면서 우리 경제의 파국을 우려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다. 대기업의 일련의 부도사태는 대외신인도 추락, 수출타격, 외환사정의 악화를 초래함으로써 최근 엔화강세와 제품가격의 상승으로 회복세를 보이던 수출경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리고 기아 부도사태이후 주식시장 등 금융시장에서 번지고 있는 각종 악성 루머로 경제계는 부도 도미노와 신용공황의 공포에 젖어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정부와 금융권의 방관자적 자세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는 것이다. 정부주도의 경제운영에서 시장원리의 경제운영으로 정책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현시점에서도 많은 국민들은 옛날처럼 정부의 역할을 믿고, 또 정부가 어떻게 해결하여 주겠지 하는 기대를 하기 때문에 정부의 입장이 더욱 어려운 위치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개별기업에 대한 정부의 직접지원은 WTO 및 OECD협정을 준수해야 하는 정부의 부담 때문에 그 한계가 있음도 간과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처한 경제난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사태수습에 대해 국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정부의 정책방향을 알려주어야 한다. 또한 전환기의 각 경제주체들의 역할을 이해시켜야 한다. 이 일을 왜 정부가 해야 하고 이 일은 왜 정부가 해서는 안되는지를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분명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 현재의 상황이 다소 고통스럽더라도 부실기업 지원에 대해서는 정치권이나 여론에 따라 우왕좌왕하지 말고 분명한 원칙을 가지고 임해야만 더 큰 불행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같이 오랫동안 관치금융에 익숙해져 있고 금융산업이 실물산업에 비해 낙후된 오늘의 상태에서 시장경제 원리라는 이유 때문에 하루아침에 모든 사태의 수습을 금융권과 해당기업에 떠넘기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정부가 최종조정자로서의 과도기적인 역할을 수행해 주어야 한다. 이 경우에도 반드시 일정한 원칙을 제시하고 조정해야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아사태 해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임직원 5만5천명, 자산 14조원의 기아그룹 자체가 정부, 채권은행뿐 아니라 국민들도 인정할 수 있는 피와 땀과 눈물이 담긴 자구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기아그룹의 갱생은 불가능할 것이다. 먼저 수지전망도 없이 부실투자되어 기아그룹 전체의 경영압박을 가져온 기아특수강에 대해서 전향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방만하게 늘려 놓았던 계열회사와 보유부동산도 과감하게 처분하고 오직 자동차관련 업종에만 전념한다는 결연한 각오를 보여야 한다. 최근 기아측에서 몇몇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사태해결의 실마리를 쉽게 풀기 위해서는 보다 획기적인 자구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기아는 80년대초에도 경영진의 노력으로 위기에 처했던 회사를 살린 경험이 있는데, 이번에도 그때와 같은 각오와 책임감을 갖고 기업회생을 위한 구조조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노조지도부도 경영진이나 채권단이 요구하고 있는 3년간 무분규, 단체협약 갱신, 인원합리화 방안에 대해서 부정적인 관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보다 긍정적인 자세로 공통된 의견을 모아 나가야 한다. 또한 정부, 중앙은행이 협조하여 기아사태로 금융질서의 안정을 해치는 교란요인이나 악성루머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대처해야 하며, 건실한 하청업체나 협력업체에 대해서는 자금경색으로 도산하지 않도록 진성어음할인을 위한 중앙은행의 재할정책이나 신용보증기금의 보증한도 확대 등 통화신용정책과 자금시장정책에 신축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최근 부도위기를 겪은 (주)진로, 미도파백화점, 기아자동차의 매출액이 증가하고 있다. 국민들이 우리 기업의 조기정상화를 염원하는 덕분이다. 그러나 해당 기업들은 국민들의 이같은 성원이 결코 경영진이나 노조의 책임면제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 기업이 국민기업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소비자들의 동정심을 자칫 부실기업 살리기 캠페인으로 몰고 갈 경우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소탐대실의 우를 범할 소지가 있다. 요즘 우리는 재벌기업들의 부도사태를 보면서 「대재벌 기업도 망할 수 있다」는 값진 교훈을 얻고 있다. 다른 대기업들도 막다른 궁지에 몰리기 전에 스스로 대대적인 변신과 자기개혁을 서둘러야 할 때다. 무한경쟁의 개방화시대를 맞이하면서 재무구조 개선과 합리적 경영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점을 실증적으로 우리는 배우고 있다. □약력 ▲37년 경남 거창 출생 ▲고려대 정외과 ▲초대 주소련 경제공사 ▲신한국당 제2정책조정위원장 ▲14, 15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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