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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합병 위기에 몰린 SK

약세가 노출되면 공격을 받게 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SK그룹의 경영불안이 중첩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의 투기펀드 세력의 인수합병(M&A) 대상으로까지 몰리고 있다. 그것이 적대적 M&A인지, 그린메일(Greenmail)인지 아니면 매수세력이 주장하고 있듯이 단순한 `수익창출 목적의 투자`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SK의 경영이 심각하게 위협을 받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SK그룹은 현재 최태원 회장이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검찰에 의해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최 회장은 이 사건과 관련,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회사 주식을 모두 채권단에 넘겨 사실상 SK그룹의 경영권은 공백상태다.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은 외국자본이 반 재벌성향의 시민단체를 업고 경영권 확보를 노리고 있는 듯하다는 점이다. 시민단체의 재벌개혁 캠페인이 경영권에 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은 초유의 일로서 재계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공격을 주도하고 있는 외국자본은 크레스트 시큐리티즈라는 영국계 투기펀드다. 크레스트는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일까지 SK㈜ 주식 1,096만8,730주(8.64%)를 6차례에 걸쳐 사들인데 이어, 2일부터 9일까지 5차례에 걸쳐 3.75%를 추가 매입해 모두 12.39%의 지분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크레스트는 재계순위 3위인 SK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격인 SK㈜의 제1대주주가 됐다. 크레스트는 이 지분만으로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 SK㈜의 주식지분은 자사주 우리사주 계열사 등으로 분산돼 있으나 이중 출자총액규제 등으로 의결권이 없는 주식이 많아 의결권행사가 가능한 주식은 10.83%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단기간 안에 이처럼 대량의 주식을 매집한 이유에 대해 크레스트는 `수익창출목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경제전문 블룸버그 통신은 크레스트의 모회사인 소버린자산운용 대표가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운영위원인 장하성 고려대 교수와 만나 경영권문제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투자목적이라는 주장이 의심을 받는 대목이다. SK그룹의 주력은 통신산업이고 통신산업은 국가의 기간산업이다. 장기목표의 경영이 요구되는 기간산업이 단기차익 위주의 투기세력의 수중에 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이 경영권 안정에 신경을 쓰게 되면 지배구조의 개선과 같은 개혁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게 된다. 기업인이 안심하고 경영에만 전념하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 논란이 되고 있는 출자총액제도가 안정경영에 저해요인이 된다면 이번 기회에 이를 재검토해야 한다. 순자산의 25% 이내로 돼 있는 현행의 출자총액한도를 과감히 늘리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혜진기자 has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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