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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코리아, 꿈이 현실로] <상> 메모리 독주 굳히는 삼성전자

독보적 기술·오너 의지·과감한 투자… 美·日 추격 따돌렸다

20나노 D램·3D V낸드 기술 앞세워 시장 확대

이건희 회장 매년 10조 기술·설비 투자 결단

글로벌경쟁 심화·中정부 반도체 육성 경계해야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것은 40여년 전. 메모리반도체에서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에서의 압도적인 기술력을 토대로 일찌감치 글로벌 수위를 굳혀왔다.

지난 1993년 이래 22년간 메모리 분야 1등을 놓치지 않고 있다. 올해에도 20나노 D램과 3차원(3D) V낸드 등 압도적인 제품 라인업을 토대로 총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50% 가까이 늘어난 13조여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여세를 몰아 올 상반기 중 17조원이 투입되는 반도체 생산단지 착공에 돌입해 '종합 반도체 1위' 등극을 위한 사업추진에 본격적인 가속도를 낼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오는 2017년부터 글로벌 업체 간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삼성이 라이벌 회사의 추격을 견제하고 정부 차원의 대대적 지원을 시작한 중국에 적절히 대응할 경우 당분간 메모리 사업에서 굳건한 독주체제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매년 10조원 투자…"20나노 D램, 3D V낸드 앞세워 시장 확대"=삼성전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취약점으로 지적됐던 시스템반도체에서 성과를 내면서도 메모리 분야에 대한 투자와 개발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의 메모리 시장 점유율은 D램 41.4%, 낸드플래시 27.9%로 독보적 수위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약 850억달러(88조원)였던 글로벌 메모리 시장은 올해 900억달러를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며 "20나노 이하 D램과 갈수록 집적도가 증가하는 V낸드를 앞세워 메모리 시장 장악력을 공고히 할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 유일의 20나노 D램과 3D V낸드는 삼성의 이 같은 자신감을 대변하는 제품들이다. 삼성전자는 성능은 높이고 전력 소모량은 낮춘 20나노 D램으로 프리미엄 D램 시장을 독식할 태세다. 라이벌인 애플마저 아이폰에 탑재되는 삼성산(産) D램 비중을 늘리고 있다.

V낸드 역시 어느새 3세대 기술개발까지 완료해 아직 1세대 제품도 내놓지 못한 도시바 등을 압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를 하나로 결합한 원칩 솔루션(ePoP 메모리)에 주력하고 있다. 고성능이 요구되면서도 전력 소모는 낮아야 하는 원칩 솔루션은 삼성전자가 유일하게 독자 양산에 성공한 분야로 업계에서는 '전인미답'의 영역으로 분류된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장기간 메모리 부문의 왕좌를 지키고 있는 배경에는 그룹 차원의 대규모 투자가 자리 잡고 있다.

1990년대 삼성에 앞서 있던 NEC·도시바·후지쓰 등 일본 업체들이 불안정한 업황 때문에 주저하는 와중에도 오너의 과감한 리더십으로 이들 기업의 4~5배 규모에 달하는 설비투자를 지속하며 치고 나간 것이다.



실제 지난 5년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설비투자액은 연평균 10조원이 넘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한때 세계 1~10위를 싹쓸이하다시피 했던 일본 메모리 업계는 엘피다가 2012년 파산한 뒤 도시바 정도만이 남았다.

◇글로벌 경쟁 심화, 중국 정부 육성책 경계해야=그렇다면 메모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독주를 위협할 변수는 없을까.

전문가들은 향후 메모리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앞날에 먹구름을 드리울 수 있는 요소로 공급부족에 따른 설비투자 경쟁과 중국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육성정책 등을 지목하고 있다.

이민희 아이엠증권 연구원은 "현재 메모리 업계는 제한된 공급과 늘어나는 수요 속에 최대한 이익을 창출하는 상황"이라며 "이르면 오는 2017년부터 업체 간 설비투자 경쟁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낸드플래시 부문의 점유율 격차를 8%포인트 수준까지 좁히며 삼성전자를 턱밑에서 추격하고 있는 도시바도 삼성으로서는 긴장을 놓지 말아야 할 경쟁사다.

1,200억위안(약 21조원)에 이르는 펀드를 구성하며 반도체 산업에 대한 천문학적 투자를 본격 시작한 중국 역시 삼성전자의 앞날을 가늠할 변수 중 하나다.

정부 차원에서 D램·낸드의 수입 의존도 낮추기를 주요 과제로 내세운 만큼 메모리 산업에서 중국이 급부상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계 펀드가 미 나스닥에 상장한 ISSI를 약 7,100억원에 인수하는 등 메모리 설계 기업을 잇따라 인수하는 정황도 눈에 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메모리가 자본과 기술만 있다고 단숨에 뛰어들 수 있는 시장은 아니다"라며 "중국 업체가 본격적으로 메모리 시장에 진출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겠지만 대만 업체들에 대한 투자 등 간접적인 경로를 통해 충분히 삼성전자를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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