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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2007 필요조건과 충분조건] ⑨교육<국내>

학교·교사에 경쟁 도입 "공교육 회복을"


#1. 서울 중계동의 학원가.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학원 차량이 줄을 맞춰 정차 중이다. 밤12시가 넘자 중고등학생들이 우르르 몰려 나와 승합차로 뿔뿔이 흩어진다. 주변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일상과도 같은 모습이지만 집 근처에 학원이 별로 없는 사람들에겐 생경한 풍경이다. #2. 요즘 초등학생들에게는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그려져 있는 ‘여행용 가방’이 인기다. 체험학습을 떠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워낙 가방이 무거워 바퀴가 달린 여행용 가방에 책을 넣어 끌고 다닌다. 이것들은 한국 교육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모습이다. 대선 때마다 후보자들은 ‘교육 백년지대계’를 내세우며 교육을 살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누구도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실효성 있는 정책 역시 찾아보기 힘들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초ㆍ중ㆍ고교생 중 60% 이상이 연간 300만원(월 25만원)의 사교육비를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에 따라서는 규모가 더욱 증가한다. ‘2007 강남구 사회통계 조사’에 따르면 강남구 세대당 월 사교육비는 69만4,000원에 달했다. 한해 동안 830만여원을 사교육비로 쓰는 셈이다. 한달에 100만원 이상 지출하는 세대도 조사 대상 세대 중 26%가 넘었다. 무너진 공교육을 학원들이 대신해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사교육시장에만 의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교육 전문가들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와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한 사안을 정해 순차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주문한다. ◇“교원평가제 도입 시급”=실종된 공교육을 조금씩이라도 회복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이를 위한 해법에는 각계의 목소리가 서로 다르다. 하지만 공통되는 것은 ‘교원평가제’의 조속한 도입이다. 차인준 인제대 대학원장은 “공교육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학교와 교사가 ‘좋은 교육경쟁’을 벌이게 해야 한다”며 “교원평가제 도입과 신규교원 임용절차의 재검토가 공교육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사에 대한 자극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몇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교사가 과외업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하고 아울러 우수한 평가를 받은 교사들에겐 인센티브가 돌아가야 한다. 필요한 재원확보 방안을 놓고도 다양한 공약들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목적세인 교육세만이라도 국민과의 약속대로 교육여건과 교원처우 개선에 사용하겠다는 공약이 가장 현실적이라는 것이 교육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학 자율권 확대 의견 엇갈려=교사를 평가하는 것만으로 공교육이 되살아날 수 없으며 이것만이 교육현장의 문제는 아니다. 중등교육이 대학입시에 종속돼 있고 대입 전형절차를 정부가 통제하는 기형적인 한국의 교육체계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매번 새로운 문제를 발생시킨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대학 자율권 확대를 통해 대학입시의 다양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대학입시는 대학에 최대한의 자율권을 부여하는 게 맞다”며 “3불 중 하나인 본고사가 부활하더라도 과거처럼 국ㆍ영ㆍ수 위주의 전형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전형 아이디어가 생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반론도 적지않다. 대학의 자율권 확대가 오히려 중등교육의 종속화 심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교육인적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자율권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대학은 상위 대학뿐”이라며 “대학의 서열화가 고착화돼 있는 상황에서 자율권 확대는 중등교육의 종속화를 부채질하는 결과만 낳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혁 아닌 혁명 일으켜야”=우리나라 교육의 문제는 다른 국가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뜨거운 교육열’에서 비롯됐다. 전문가들은 “‘빚을 내서라도 아이에게 좋은 교육을 시켜 좋은 대학에 보내야 한다’는 학부모들의 의지가 꺾이지 않는 한 해법을 찾기 힘든 것이 교육정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현옥 참교육을 위한 학부모회 정책의장은 “학력과 학벌 중심의 사회 풍토가 바뀌지 않는 한 어떤 입시정책이 나와도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교육정책에 대한 해법은 누구도 ‘이것이 정답’이라고 단언하기 힘든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차 원장은 “다음 정권 역시 교육정책에 손을 댈 것”이라며 “그러나 ‘교육혁명’이 아니라 교육을 개혁하는 수준에 머무르고자 한다면 아예 손을 대지 않는 게 차라리 낫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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