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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위기 수그러들자 1월대란 우려

■ 자금시장 내년초 더 문제비우량債 만기물량 2조… 전체의 절반 웃돌아 '내년 초가 더 문제다.' 금융시장에 내년 초 '자금대란'의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를 갚아야 할 시기가 집중된 올말을 무사히 넘긴다 하더라도 내년 초 신용도가 매우 낮은 기업들의 만기물량이 집중적으로 쏟아져 올말보다 더 어려워질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내년 초 상환기일이 돌아오는 전체 회사채 규모는 올말보다 작다. 그러나 문제는 내년 초 만기를 맞는 회사채는 연말도래분에 비해 신용등급이 매우 낮아 신규발행이나 차환발행이 어렵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올말보다는 내년 초가 더 문제라는 게 자금시장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할 정책수단이 별로 많지 않다는 게 더 큰 문제다. ◆ 수급요인 점검 당초 우려했던 연말 자금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어지고 있다. 증권예탁원에 따르면 올말까지 남은 회사채 상환잔액은 11월 6조7,011억원, 12월 7조7,299억원 등 모두 14조4,310억원. 연말까지 상환잔액이 30조여원에 달했던 지난 7월말에 비해 절반 이상 줄어든 규모다. 여기서 A-급 이상의 회사채 5조5,082억원과 회사채신속인수 대상 2조4,543억원, 구조조정촉진법에 의한 채무조정분 약 5조원 등을 제외하면 실제 부담으로 작용할 만기도래분은 1조원 이하 수준이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자산유동화채권 발행으로 약 3,000억원이 소화되고 프라이머리 CBO 펀드도 확충돼 시장에서 감당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내년 1월. 전체 만기 도래물량은 3조8,292억원으로 12월의 6조5,227억원보다 훨씬 적지만 BBB급 회사채 만기도래 물량이 2조1,629억원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 회사채신속인수제에 포함되는 물량 3,400억원이 대기 중이다. 여기에 복병도 있다. 정부의 긴급지원 대상이 돼버린 대한항공ㆍ금호그룹계열사의 만기도래물량이 1조5,500억원에 달한다. 반면 이를 받쳐줄 수요는 12월과 달리 뾰쪽한 수가 없다. 더욱이 회사채 신속인수제도 더 이상 존속할 수 없게 되는 등 정책당국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 부익부 빈익빈 심화 물론 시장 전체가 들썩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량대기업은 돈을 끌어쓰는 데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다. 회사채 만기도래 물량이 30조원에 달했던 지난해 말과 같은 신용경색 현상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일부 있다. 그러나 비우량기업이 문제다. 회사채 차환발행 추이를 보면 시장이 비우량기업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음이 그대로 나타난다. 2월 이후 순증기조를 유지했던 회사채 발행은 8월 이후 3개월 연속 감소했다. 8월과 9월 각각 1조8,612억원, 1조8,595억원이 순상환된 데 이어 10월에도 2조2,000억원이 순상환된 것으로 잠정집계되고 있다. 이는 두 가지로 해석된다. 우선 올들어 뚜렷한 신규투자 대상을 물색하지 못한 채 불안감으로 현금확보에 주력했던 우량기업들이 만기를 연장하기보다는 미래의 상환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아예 갚아버리는 길을 택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비우량기업의 회사채 발행 여건이 그만큼 나빠졌다는 얘기다. ◆ 유통시장에서도 냉대 유통시장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0월 들어 29일까지 하루평균 무보증회사채 거래량은 5,290억원. A등급 이상 회사채의 거래량이 461억원으로 전체의 87.1%에 달한다. 72.6%였던 전월보다 크게 높아진 것이다. 반면 BBB급의 일평균 거래량은 410억원으로 7.7%로 전월의 비중인 17.1%보다 훨씬 낮아졌다. BB-급 이하의 거래비중도 5.2%로 전월의 10.1%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신용등급이 높은 회사채에만 매매가 집중되는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유통시장에서의 환금성마저 위협받는 비우량기업의 회사채가 내년 초라고 제대로 발행될 리 만무하다. 결국 채권금융단의 획기적인 자금지원이나 정부가 내놓을 특단의 조치 없이는 내년 상반기 중 한계상황에 이를 기업이 많다는 얘기가 된다. ◆ 악화가 양화 구축 자금시장 대란우려는 일부 한계기업의 얘기일 뿐이며 결국 시장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당국의 시각이 그렇다. 문제는 비우량기업의 만기도래분 일시집중→'제2, 제3의 대우ㆍ현대' 사태 재연→금융시장 혼란 가중→경제침체 심화로 이어지는 악순환고리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때문에 악순환 고리의 차단점을 찾으려는 정책적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신용보증기금 출연금 증액 등 당장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카드는 반쯤 물 건너간 상태다. 최대 10조원이 유입돼 3조원의 투기채를 소화해낼 것으로 예상됐던 고수익고위험채권펀드도 2조3,000억여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사채발행 절차 간소화에서부터 비실명 펀드 도입에 이르기까지 발굴 가능한 모든 정책적 수단과 비우량기업의 구조조정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권홍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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