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법개정안 발표 이후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금융소득과세 기준 금액이 현행 4,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낮아지는 것을 비롯해 절세혜택이 있던 금융상품 종류와 수가 크게 줄어들면서 이른바 세테크 전략을 다시 짜야 할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물가상승과 저금리 기조 속에 빠듯한 살림살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세금으로 빠져나가는 돈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각 금융사의 프라이빗뱅킹(PB)센터에는 세테크 전략을 다시 짜기 위한 투자자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신혜진 한국투자증권 압구정 PB센터 팀장은 "세제개편안에 따라 세금이 늘어나는 부분과 저금리상황에서 자산을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의가 많다"며 "비과세 관련 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세제혜택이 주어지는 금융상품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가입하면서 수익 확정 시점을 분산하는 계획을 짜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프라이빗뱅커(PB)들이 가장 먼저 꼽는 투자 상품은 물가연동국채다. 이 상품은 원금과 이자를 물가에 연동시켜 지급하는 채권으로 고정적인 이자수익 확보가 가능하면서 물가상승에 따라 추가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오는 2015년 발행 분부터 과세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미리 투자해 절세 효과를 챙기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광헌 미래에셋증권 WM센터원 센터장은 "2015년 발행분부터는 원금증가분의 이자소득도 과세 대상에 포함된다"며 "이에 따라 물가연동국채를 장기간 투자하려는 고객은 그 이전에 발행된 채권을 매입해 비과세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밝혔다.
남경욱 SNI강남파이낸스센터 PB팀장도 "10년 이상 장기채권은 이자에 대해 33% 분리과세 신청이 가능한 것이 장점으로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로 최고세율(41.8%)을 적용받는 고소득자의 경우 절세혜택을 볼 수 있다"며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비과세와 절세 혜택이 있는 이들 상품의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금리 하락 등으로 어느 정도 채권가격이 상승한 상태이기 때문에 전문 PB와 상담 후 투자하는 것이 좋다는 지적이다.
내년부터 비과세 혜택이 사라지는 즉시연금도 전문가들의 추천을 받고 있다. 생명보험사들이 판매하는 즉시연금은 목돈을 한꺼번에 예치한 뒤 정기적으로 연금을 수령하는 상품으로 일정기간 원리금을 나눠받는 확정형과 매달 이자만 받다가 사망 시 원금을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는 상속형, 그리고 사망 때 연금을 수령하는 종신형 등 세 종류가 있다. 세제개편 전에는 이자소득에 대해 비과세 혜택이 주어졌지만 내년부터 확정형과 상속형 가입자는 15.4%의 이자소득세를 내야 한다. 예를 들어 20년만기 확정형 즉시연금(적용금리 연 4.6%)에 2억원을 넣을 경우 연내 계약하면 매달 약 122만원씩 받지만 내년에 계약하면 103만 원으로 줄게 된다.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연내 가입하는 수 밖에 없다.
새로 신설되는 비과세상품과 세금우대 상품도 주목해야 한다. 총급여 5,000만원 이하 근로자나 소득액 3,500만원 이하 사업자라면 당장 내년부터 신설되는 재형저축이나 장기펀드에 관심을 기울일 만 하다. 재형저축은 연간 1,200만원 한도로 10년 이상 투자할 경우 최장 15년까지 이자ㆍ배당 소득에 비과세 되며 장기펀드 역시 연간 600만원 한도로 10년이상 투자하면 연간 납입액의 40%까지 소득공제가 된다. 만 60세 이상이나 국가유공자라면 생계형 저축에 가입해 볼만 하다. 생계형 저축은 3,000만원까지만 납입이 가능하지만 이자에 대해서는 전액 비과세다.
절세상품 가입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수익실현 시점을 분산하는 것이다. 수익실현 분산이 중요한 대표 상품은 주가연계증권(ELS)나 파생결합증권(DLS) 같은 파생상품이다. 이들 상품은 만기가 정해진 일반 예금 등 저축상품과는 달리 가입 시 정해진 요건이 충족되면 바로 수익이 실현된다. 때문에 투자 시기가 몰려 한번에 수익이 확정될 경우 예상보다 많은 세금을 낼 수 있다. 따라서 매달 수익이 분산되는 월지급식 ELS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시기를 분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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