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은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을 남자아이들도 맞을 수 있다던데 고등학생 아들에게 접종 시켜야 할까요."
요즘 산부인과 의사들은 자궁경부암 백신을 접종하기 위해 병원을 찾은 주부들에게 이 같은 질문을 자주 듣는다.
여성의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백신을 남자가 맞아도 되냐는 질문이 다소 생뚱맞게 들릴지 모르지만 실제로 가능한 일이다.
올해부터 국내에서도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을 9세 남자아이부터 26세 성인남성까지 접종할 수 있다. 자궁경부암은 여성들에게만 발병하는 질환인데 남성들도 접종해야 한다는 사실에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올 초 9~26세 남성에게 '생식기사마귀' 예방 목적으로 자궁경부암 예방백신(4가백신)의 접종을 승인했다. 자궁경부암과 생식기사마귀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는 같다. 남녀 모두 80% 정도 50세 이전에 한 번 이상 감염된다는 통계가 있을 만큼 감기처럼 흔한 이 바이러스는 바로 인유두종바이러스(HPV)다.
인유두종바이러스도 여러 형이 있는데 그중 6ㆍ11형이 생식기사마귀 원인의 90%를 차지하고 인유두종바이러스 16ㆍ18형은 자궁경부암 원인의 70~80%를 차지한다.
정현훈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자궁경부암 4가백신은 자궁경부암과 생식기사마귀의 원인이 되는 6ㆍ11ㆍ16ㆍ18형 4가 타입의 인유두종바이러스를 예방해주기 때문에 남성과 여성 모두 접종이 가능하다"며 "국내에서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사실 생식기사마귀는 치료가 어렵고 치료하는 과정도 고통스러운 질환으로 치료를 받아도 재발률이 매우 높아 예방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생식기사마귀는 일명 곤지름 혹은 콘딜로마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이 질환은 생식기나 항문 주위 피부와 점막에 사마귀처럼 염증이 생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성관계 시작 연령이 낮아지면서 생식기사마귀 발병 건수가 늘고 있는 추세다.
정 교수는 "해외에서는 여성들뿐만 아니라 이미 많은 남성들도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을 접종하고 있다"며 "미국소아과아카데미에서도 생식기사마귀 예방 목적으로 9~18세 남자 아이들에게 자궁경부암 4가백신의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전세계적으로 많은 국가에서 남성의 생식기사마귀와 항문암 예방에 대한 적응증을 승인 받아, 남성들이 접종 중이다.
정 교수는 "남성이 인유두종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여성에게 감염을 일으켜 자궁경부암을 일으킬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남성과 여성 모두 접종한다면 자궁경부암 발생률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은 모두 3회 어깨에 근육주사로 맞으며 접종시 가벼운 통증 등의 증상 외에는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