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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제보완 신중해야(사설)

김영삼 정부가 제일의 업적으로 내세우던 실명제에 대한 보완논쟁이 괜한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현정권이 출범 첫해에 대통령 긴급재정명령으로 실시했던 실명제가 임기종료 마지막해에 보완이라는 미명으로 실명되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다.아직 정확한 보완책이 나오지 않아 명확한 진단은 할 수 없으나 강경식 경제부총리의 발언내용으로 미뤄 후퇴의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강부총리는 발언의 파장이 예상외로 번져가자 『실명제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보완하겠다는 취지』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이미 구멍이 뚫려있는 실명제를 완화한다면 실명제는 없애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의견이 많다. 그래서 보완논의는 정치논리가 경제상황을 이용해 경제논리를 지배하려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실명제 실시 당시의 명분이었던 저축을 증대하고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보장해서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겠다는 정책취지가 다시 금융거래의 불편을 덜어주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기 위해 수정보완해야 한다니 정책입안자들의 정신상태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실명우려되는 실명제 보완 금융실명제를 실시하기 전만해도 35.2%였던 저축률이 96년에는 33%내외로 하락했다. 자금회전이 되지않아 중소기업의 부도율이 증가하고 있는 반면 과소비와 함께 사치품수입은 급증하고 자본의 해외유출증가와 수출감소로 국제수지 적자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시기에 금융실명제가 경제의 마녀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실명제를 실시할 당시 이 제도로 지하경제를 발본색원할 수 있다는 발상은 환상이었다. 그 말이 맞다면 실명제가 가장 잘 정착된 미국 경제에는 지하경제가 없어야 할 것이다. 조세연구원은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를 국민총생산의 8%내외로 발표하고 있지만 이는 국제통계에 비추어 볼때 현저히 낮은 것이거나 만약 정확하다면 지하경제는 어느정도 해결됐다고 함이 옳을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이나 유럽도 국민총생산의 10%내외를 지하 경제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보다 적은 지하경제 경제정책이나 조치가 완벽할수는 없다. 완벽하리라던 조치도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적인 조정을 거치게되면 부작용이 생기거나 유명무실해지게 마련이다. 그런 시기에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은 적절하다. 지금의 경기하강은 구조적인 것이지만 실명제가 그 원인의 하나라면 보완은 당연하다. 그러나 실시 당시의 졸속이 보완단계에서 되풀이 된다면 이는 정책의 일관성은 물론 정부의 신뢰성을 해치는 것이다. 따라서 실명제를 정부의 최대 업적으로 유지하고자 한다면 기본은 흔들지 않는 범위에서 보완이 그쳐야 할 것이고 보완효과의 극대화를 택하려면 실명제 자체를 포기해야 할 것이다. 우선 금융소득 종합과세대상 완화문제를 보자. 강부총리는 금융소득 4천만원이상으로 돼 있는 과세대상을 상향조정하고 세율을 인하한다는 당초 보완론에서 후퇴, 현행의 대상과 세율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추계로는 현행대로 하더라도 대상자는 3만∼4만명에 불과하다. 원천징수하는 분리과세 이자율 보다 높은 종합소득세율을 부담하기 때문에 이들 과세대상자들이 저축보다 소비에 치중할 것이라는 가정하에 완화하자는 것인데 탁상공론이 아닐수 없다. ○무기명장기채 변질 가능성 여기에서의 문제는 금융기관에서 나오는 이자 배당을 일일이 납세자가 계산해 보고하는데 따른 불편과 과중한 과소신고 가산세에 있다. 아예 세무관서가 자료를 수집해서 통지부과하는 방식이 불편을 덜어줄 것이고 원천징수세율이 종합과세 소득세율보다 낮은 납세자에게 세금을 환급해주는 방안을 찾는 것이 나은 길이다. 둘째, 무기명 장기채발행은 부족한 사회간접자본 확충을 위해 필요하다고 한다. 이 경우 기간과 이자율이 문제다. 지하자금의 양성화 보다 변칙적 상속 증여수단으로 변질될 우려가 큰 장기채가 제도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간은 10년이상, 이자율은 없거나 낮아야한다. 그래야 벌금형식이 돼 일반국민들이 납득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장기채의 소화가능성은 낮아진다. 그렇다고 장기채에 유리한 조건을 보장한다면 일반 금융상품을 포기하고 무기명채권으로 돈이 몰리게 돼 지하자금은 그대로인 채 금융상품의 손만 바뀌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실명제의 보완책은 실명제 실시보다 더욱 어려운 것이다. 사려깊은 정책당국자라면 더욱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실명제를 포기한다고 해서 경제가 회생되지 않을 것이라는데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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