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과 궤를 같이하며 국내은행들이 잇따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조치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은행업무 사다리의 가장 낮은 곳에 자리한 청원경찰과 전화상담원 등은 고용안정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 은행원들이 과ㆍ차장급만 돼도 1억원을 넘는 연봉을 받는 것과 달리 같은 울타리(지점) 아래에서 일하는 이들은 비정규직에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에 힘겨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10일 금융당국 및 금융계에 따르면 국내은행에 고용된 대다수 청원경찰들은 월평균 140만원(실수령액 기준) 이하의 급여를 받고 있다.
은행별로는 대형 은행인 신한ㆍ농협중앙회 등이 140만원대의 급여를 지급하고 있고 우리ㆍ국민ㆍ외환ㆍ하나ㆍ기업은행 등은 130만원대, 지방은행인 부산은행이 120만원대다.
반면 외국계 은행인 SC은행과 수협중앙회는 110만원대의 급여를 책정, 도급직에 대한 처우가 가장 나빴다.
두 곳에서 일하는 청원경찰의 경우 동일한 일을 하고도 다른 은행 청원경찰에 비해 약 20%가량 낮은 보수를 받고 있는 셈이다.
콜센터에서 일하는 전화상담원의 경우도 평균 140만~160만원의 월 급여를 받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 직원들의 월평균 실질수령액이 600만~800만원에 형성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임금수준이 약 4분의1에 불과하다.
국내은행들은 청원경찰과 전화상담원의 처우개선에 대해 큰 의지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은행이 자체적으로 고용한 직원이 아닌 도급계약에 따른 임시직이라는 이유에서다. 은행은 도급업체에 청원경찰 고용을 의뢰하고 도급비를 해당 업체에 지급한다. 그러면 도급업체는 알선료를 제외한 금액을 급여로 지급한다.
시중은행의 한 인사담당 부행장은 "은행들은 일부 비전문직에 대해서는 일종의 아웃소싱(용역)인 도급계약직을 고용하는데 이들은 은행이 고용한 직원과 소속 자체가 달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며 "매년 적용되는 도급비 인상폭(약 2% 내외) 외에 별다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대다수 청원경찰들은 적은 보수 탓에 퇴근 후 시간이나 주말을 이용해 대리운전이나 음식배달 등의 투잡(two job) 활동을 하고 있다.
또 다른 시중은행 인사부 관계자는 "현재 급여수준으로도 무리 없이 필요한 청원경찰 인력 고용이 이뤄지고 있다"며 "임금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가격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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