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저금리 초단기계좌에 묶여 있던 시중 대기자금이 고금리 상품인 정기예금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아울러 일부 개인자금은 은행을 이탈해 부동산시장으로 다시 움직일 기미를 보이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은행 등 4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 269조3,770억원에서 이달 27일 현재 284조9,077억원을 기록, 무려 15조5,307억원이나 증가했다. 통상적으로 예금 잔액이 월말에 급격히 늘어나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증가폭은 이달 말이면 한층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비해 은행의 대표적 저금리 초단기계좌인 수시입출금식통장(MMDA) 잔액은 지난해 11월 말 53조9,215억원이던 것이 12월 말에는 44조8,084억원까지 떨어졌으며 이달 27일에는 41조4,472억원을 기록하는 등 하락세를 기록했다. 또 다른 초단기성 금융계좌인 콜론형금전신탁(MMT) 잔액 역시 지난해 12월 11조4,852억원이던 것이 지속적으로 줄어 이달 27일에는 10조4,951억원까지 떨어졌다. 은행 내 대기자금이 이처럼 이동한 것은 최근 시중은행들이 수신경쟁을 위해 고금리 예금상품 출시경쟁을 하면서 보다 고수익을 추구하는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개인보다는 기업들이 이 같은 움직임에 가세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27일까지 4대 은행 MMDA에서 빠져나간 자금 중 90.2%는 법인 자금이었다. 또 MMT의 경우 잔액의 80~90%가량이 개인이 아닌 법인 자금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형 시중은행의 법인영업담당 임원은 "통상적으로 연초에는 기업들이 새해 사업용 자금으로 충당하기 위해 통장에서 돈을 빼가기는 하지만 올해의 경우 경기가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인지 투자나 사업용도로 인출하는 경우는 예전보다 줄어든 것 같다"며 "대신 은행에 초단기로 묶었던 자금을 보다 높은 수익성을 주는 정기예금에 예치하고 수개월 단위로 운용하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은행의 관계자는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여전히 높아 은행에 대기자금을 맡겨둔 투자자들이 증시로 이동하지 못한 채 은행 내 안전자산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주는 자산으로 갈아타기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소폭이나마 은행에서 부동산시장으로 이탈을 시도하는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고개를 들고 있다는 게 은행권 프라이빗뱅킹(PB) 담당자들의 설명이다.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정부의 규제에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는 게 이들의 진단이다. 실제로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10월 말 176조5,669억원이던 것이 꾸준히 증가해 이달 27일 현재 178조2,354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주택시장 비수기인 겨울철이 지나고 봄철이 다가오면 이 같은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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