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의 지방은행 민영화 작업이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엉뚱하게도 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의 과거 트위터 발언이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처리의 돌발 악재로 등장하면서 예측 자체가 쉽지 않다. 당장 20일 국회 조세소위가 무산돼 이달 내 국회 본회의 통과도 쉽지 않아졌다. 이 때문에 우리금융 이사회는 3월1일로 예정된 지방은행 분할 기일을 연기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하기로 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지방은행 매각 일정이 연기되거나 철회되는 불상사가 빚어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정치권에서 문제 해결의 키를 쥐고 있어 모든 게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래도 가능성 높은 2월 국회 처리=금융계에서는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이달 내 조특법 개정안이 통과될 것이란 낙관론이 적지 않다. 정부가 안 사장의 트위터 발언에 반발하는 민주당 의원과 물밑 접촉에 나서고 있고 정치권도 임시국회를 파행으로 마감하는 데 따른 부담감이 크다는 게 근거다.
더구나 이용섭 민주당 의원의 제안으로 지난 19일 광주은행과 JB금융 간 노사협약이 체결됐다. 이는 20일 조세소위 통과를 전제로 한 것이다. 민주당으로서는 이번에 처리해야 하는 법안과 무관한 안 사장 발언을 빌미로 자신이 주도한 일을 뒤집는 자가당착에 빠지는 셈. 일단 칼을 빼 든 만큼 곧바로 칼자루에 넣기는 겸연쩍지만 어떻게든 퇴로를 모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계에서는 24일 예정된 기획재정위 전체 회의 직전에 조세소위가 열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계의 한 고위 인사는 "조세소위 일정은 여야 간 갈등이 해결되면 바로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분할 기일 5월1일로 연기될 수도=이달 법안 처리가 무위로 돌아가면 지방은행 매각 일정이 연기되거나 아예 매각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두 시나리오 중에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은 매각 일정 연기라는 견해가 많다. 우리금융 이사회가 6,500억원의 세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지방은행 분할을 철회할 수 있도록 규정을 고치긴 했지만 매각 자체를 접을 경우 향후 우리은행 민영화 차질 등 후 폭풍이 워낙 거센 탓이다. 지방은행 분할을 전제로 한 매각인 만큼 분할 기일을 현재 3월1일에서 추후로 연기하면 전반적인 매각 틀을 유지할 수 있다. 다음 국회 일정이 4월이라 분할 기일은 5월1일이 유력하다.
이렇게 되면 4월에 법안을 처리하게 된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25일께까지 지켜보고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분할 기일을 늦추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다룰 계획이다.
◇매각 작업 철회 배제할 수 없어=자기 목소리를 부쩍 내고 있는 우리금융 이사회가 이달 말 전격적으로 매각 작업을 접을 수도 있다. 다만 매각 철회 시 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논의해야 해 가능성이 높다고 보긴 어렵다. 더구나 경남·광주은행 노조가 매각 찬성으로 돌아섰고 우선협상대상자까지 선정된 상황에서 매각 작업을 처음으로 되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합리적으로 돌아가지 않는 국내 정치 상황 등을 감안하면 불가능한 시나리오도 아니다. 이렇게 되면 매각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마지막 논의가 진행되는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매물과 우리F&I 협상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우리파이낸셜과 우리자산운용 매각 건은 20일 우리금융 이사회에서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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