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심층진단] '게이트' 태풍속 벤처업계의 오늘
입력2002-01-27 00:00:00
수정
2002.01.27 00:00:00
투자심리 급랭 돈줄?知? '전전긍긍'네트워크 업체인 N사 K사장은 이전처럼 은행문을 드나드는 일이 잦아졌다.
남들은 창투사나 투자기관에서 자금을 구해보라고 얘기하지만 지금의 벤처환경을 모르는 일반인들의 한마디에 쓴웃음만 날 뿐이다.
K사장은 "지난해 10월 국내 벤처캐피털과 자금유치를 위해 작업을 진행했는데 액면가 배수책정 등 여건이 맞지 않아 사실상 포기한 상태"라며 "창투사나 기관투자가로부터의 펀딩은 꿈도 꾸지 않고 오히려 속시원하게 은행 등 금융권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팬시문구 제품을 생산하는 O사 L사장도 같은 고민에 빠져 있다. 공개기업으로부터 액면가의 10배수 정도로 자금을 유치하는 작업을 진행했는데 연이어 떠진 벤처게이트로 벤처기업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면서 3배수까지 떨어진 상태이다.
더군다나 투자업체들이 재무제표와 높은 수익성을 요구하고 있어 펀딩받기가 여간 힘들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벤처거품이 꺼지면서 용케 살아 남았던 중소 벤처기업들이 제2의 시련을 맞고 있다.
진승현, 이용호, 윤태식 게이트 등 잇따라 터져나오는 벤처비리로 벤처 업계 전반에 불신감이 퍼져 있는데다 창투사 등 투자기관의 투자심리 위축으로 자금 흐름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더군다나 이전에 1차 펀딩을 받은 업체들은 공모자금으로 그날그날 급한 자금을 근근히 막고 있지만 1~2년 정도로 업력이 짧은 신생 벤처기업들은 높은 기술력과 제품개발에도 불구하고 추가자금을 확보할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모습이다.
G창투사 관계자는 "투자심사를 보수적으로 할 수 밖에 없다. 업종내 1, 2위 기업이나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업체들만 상대하지 신생업체들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 게 사실"이라고 잘라 말했다.
지금 벤처업계는 사면초가에 놓여 있다. 창투사들은 지난 98년 액면가의 20~30배로 자금을 투자한 상태에서 투자업체를 코스닥 시장에 등록시키는 것은 고사하고 투자자금 회수도 힘겨워하고 있고, 신생 벤처기업들은 기관투자자들의 보수적인 투자심사로 자금마련이 극히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개별 벤처기업의 자금여건 악화는 고스란히 기업 인수합병 시장으로 이어진다.
S컨설팅 사장은 "코스닥 등록요건이 까다로워지는 데다 코스닥 기업의 등록유지 조건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업 인수합병 시장에까지 여파가 나타나고 있다"며 "매물은 많이 쌓이지만 거래성사율은 높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창투사들의 투자심리 위축에 코스닥시장의 퇴출규정이 강화되면서 수익성이 약한 기업들이 대거 팔자물량으로 나오고 있지만 매수세력들도 전반적으로 몸을 사리기는 마찬가지.
기업인수합병(M&A) 업체인 U사 관계자는 "벤처 비리로 회계감사가 강화되고 한때 유행을 탔던 우회등록 바람도 관계 당국이 규정을 엄격히 적용하면서 M&A시장에 기업들이 대거 매물로 나오고 있다"며 "하지만 거래성사까지 가기에는 아직 힘이 달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금력이 풍부한 몇몇 코스닥 등록기업들의 경우는 대거 쏟아지고 있는 매물 가운데 사업과 연관된 분야의 기술력 있는 기업 등을 중심으로 매수대열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져 벤처분야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여파로 매물 물건 가운데 기술력있는 일부 기업들의 경우는 매도가격을 당초 제시했던 수준보다 50%이상 높여부르는 경우도 있는 실정이다.
M&A나 우회등록과 관련 이전에는 인수자는 절반은 현금으로, 절반은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 작업을 하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이제 자기자금 100%가 아니면 인수나 우회등록은 아예 꿈도 꾸지 못하기 때문에 자금력이 넉넉한 기업들만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코스닥 등록 시장에서도 벤처기업들의 위축현상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실리콘 제품을 생산하는 L사는 벤처 투자심리가 악화된 상태에서 등록을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결산을 끝내고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위해 내놓았던 예비심사 청구서를 자진 철회한 것이다. 케이블 모뎀을 생산하는 N사 관계자도 "케이블모뎀 가격이 최고 40%까지 떨어지면서 사업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는 데다 연이어 벤처 게이터가 터지면서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평가 받지 못해 일단 심사청구서를 철회했다"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 투자자금 유치에 나선다면 문제기업으로 보일까봐 행동에 조심하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반면 벤처업계에 먹구름이 짙게 깔리고 있는 가운데 해외 주식시장 진출과 해외 투자자금 유치로 돌파구를 마련하는 업체들이 대거 나타나고 있다.
미국시장 컨설팅 업체인 월드캐피털코리아 관계자는 "정통부가 추진하는 5,000만달러의 나스닥 펀드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문의하는 벤처기업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무선인터넷과 통신기기 분야는 국내 기업들의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해외시장에서도 승산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가 주식 원주를 해외시장에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성장성과 수익성을 겸비한 코스닥 벤처기업들이 해외시장 문을 노크할 기회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컨설팅 업체의 한 관계자는 "DR 형태가 아닌 원주를 상장하면 등록절차가 간소화되고 재무구조가 좋아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원주상장을 문의하는 전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코스닥 기업중 3개 이상의 업체가 미국 등 해외시장에 원주를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웅재기자
서정명기자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